5년전 1% 안팎에 머물렀던 외국계 생보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13%를 넘어섰다. 메트라이프 등 외국사들이 SK생명까지 인수할 경우 점유율은 16%를 웃돌아 20% 고지를 넘보게 된다. 은행에 이어 보험시장에서도 외국자본의 지배력이 막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SK생명 인수전, 외국자본 잔치될 듯= 윌리엄 J 토페타 미국 메트라이프 그룹의 국제사업부문 사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가격 문제로 대한생명을 인수하지 못한데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며 국내 생보사 인수에 강한 미련을 보였고 결국 SK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밖에 다른 미국계 보험사들도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하나은행이 대주주인 알리안츠와의 관계를 고려해 인수를 포기할 경우 SK생명 인수전은 외국자본들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자본의 SK생명 인수는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외국계 생보사들이 국내 보험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게 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98년 1% 안팎에 불과했던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1월말 현재 13.5%로 치솟았다. SK생명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면 점유율은 순식간에 16.1%로 뛰어오른다.
지난 99년 독일 알리안츠 그룹의 제일생명 인수로 본격화된 외국자본의 국내 보험사 인수는 지난 2001년 영국 푸르덴셜 그룹의 영풍생명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재벌계 보험사인 SK생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생보사들의 점유율은 점차 하락해 지난 2000회계연도(2000.4~2001.3)에 80.9%를 기록했던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생보업계`빅 3`의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71.9%로 10% 포인트 가량 곤두박질 쳤다.
◇“한국 보험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전체 가구중 89.9%가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했고 1인당 지출하는 보험료가 연간 145만원으로 일각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외국자본에게 한국 보험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지난해 취임한 프랭크 르빈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한국 보험시장은 가구당 보험 가입률을 보면 포화상태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보험 가입금액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분석했다.
오는 7월 도입되는 기업연금제도와 내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민영의료보험 역시 외국계 보험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시장이다. 기업연금시장 규모만 2010년 1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트라이프 생명 관계자는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연금 등 공적보험이 민간으로 이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시장의 선점을 위한 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보험시장이 양적으로는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저축성보험 일색이듯 질적으로 성숙되지 못했다”며 “보험산업에 풍부한 노하우가 있는 외국자본에게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기회의 땅`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