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어느날.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상민(45)씨는 부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자녀들과 함께 여수행 KTX를 탔다. 초여름인데도 무더워 피서를 가야 하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두달가량 전인 5월12일에 개막된 여수 세계박람회장을 자녀들과 함께 보기 위해서다. 여수 엑스포의 주제는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으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이상기후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때문에 자녀들과 몸소 체험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데는 이보다 좋은 게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거제의 해금강, 임금이 되게 해달라는 이성계의 기도를 들어줬다는 금산과 다랭이 마을이 있는 남해, 전남 고흥군의 우주센터, 곳곳에 포진해 있는 이순신장군의 유적지 등 이 일대에 볼 것이 너무 많은 점도 구미를 당기게 했다. 특히 여수와 남해 섬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서 3~4시간 거리가 30분 내로 단축됐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가 불과 3시간 만에 그들을 새로 만들어진 엑스포역으로 인도했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서울의 이웃동네 김씨 가족은 새로 개설된 전주~여수 고속도로를 거쳐 3시간30분 만에 여수에 도착했다고 했다. 김씨는 주차장에서 박람회장까지는 모노레일과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박람회장에 도착한 이들은 관람인파에 이어 신항지구 159만3,000㎡의 부지에 건설된 박람회장 규모에 크게 놀랐다. 상징타워를 중심으로 25만㎡의 부지에 주제관과 부주제관 통합관리센터, 아쿠아리움, 국제기구관, 지자체 및 기업관, 국가관 등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데크를 통해 바다 위로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해상 엑스포홀과 공연장에서는 동서고금의 각종 공연이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박람회 안내를 맡은 한 자원봉사자는 “박람회장 건설에 1조7,000억원이 들었다”며 “박람회 개최 뒤에는 해양관광 레저포트(항구)로 개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람회장 일대는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갖춘 덕에 김씨 가족은 현장에서 PDA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박람회장 안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었다. 점심 때에는 해저에 마련된 아늑한 레스토랑에서 산호초 사이로 물고기떼가 몰려다니는 광경을 보며 즐거운 식사도 할 수 있었다. 박람회장의 규모가 워낙 커 몇 개의 전시장을 돌아보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박씨는 박람회장 내에 호텔이나 리조트가 있었지만 박람회장을 약간 벗어난 소호동 산 99번지에 지어진 43층짜리 특급호텔인 오션리조트를 이용했다. 좀더 떨어진 화양경제자유구역 내 호텔과 경도해양관광리조트에서 여장을 푸는 이들도 많았다. 오션리조트는 시설 면에서 낫고 화양경제자유구역 내 호텔은 골프장과 마린센터 세계민속촌 등의 다양한 관광레저시설이 에버랜드의 10배 규모인 976만8,000㎡에 걸쳐 조성된 것이 장점이었다. 경도해양관광리조트는 박람회장 인근에 위치한데다 가는 길이 해저터널로 조성돼 있어 관심이 갔다. 오션리조트에서 숙박을 한 박씨 가족은 다음날 다시 박람회장을 찾아 여수항~고흥~완도로 이어지는 크루즈선을 타고 다도해의 절경을 구경한 뒤 오후에는 요트와 낚시 등을 즐겼다. 이어 해양박물관과 과학관 등을 둘러본 뒤 전망곤도라를 타고 전망타워에서 다도해 절경 등을 감상했다. 휴가 막바지에는 수상택시를 타고 해수온천에서 하루 내내 피로를 풀기도 했다. 박씨는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과 지구온난화ㆍ환경오염ㆍ자원고갈 등 각종 문제의 해결책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졌다. 아울러 박람회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남해안의 절경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고 남해안이 머지않아 동아시아의 관광허브로 부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씨는 볼 것이 너무 많아 미처 돌아보지 못한 박람회장을 다시 찾기로 아이들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