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에도 녹 안스는 철강재 실용화서울경제신문사와 한국과학재단이 제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 8회 수상자로 박용수 연세대 교수가 선정됐다. 박교수는 슈퍼 스테인리스강 「SR50A」를 개발, 실용화하고 세계적인 철강업체에 기술을 이전하여 생산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활동과 연구세계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수상자 연구성과/내식성 구리·니켈합금강의 1,000배/인장·항복강도 연신율 세계서 감탄/원전·화학플랜트 등 사용분야 다양/설비수명도 반영구적 경제성 탁월
박용수 교수는 어떤 환경에도 녹슬지 않는 철강재료를 추구한다.
일반적으로 스테인리스강은 녹슬지 않는 금속으로 알려져 있지만 범용 스테인리스강(STS304·STS316)은 염소이온이 많은 바닷물에 맥을 추지 못한다.
또 산업화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스테인리스강은 오염된 환경에서 그 광택과 내식성을 지키고 못하고 녹이 슬고 만다.
이에 해안 지방이나 공단의 비싼 산업설비가 부식되어 사용기간이 급격하게 짧아져 심하면 몇 달 못가 못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박교수가 개발한 「SR50A」는 「SR」(Seawater Resistant)이 가리키듯 대부분의 금속을 녹슬게 만드는 바닷물 환경에서도 녹슬지 않는다.
이 금속은 오스트나이트계로, 몰리브덴(6% 이상)과 질소의 상승효과로 부동태 피막이 강화되어 바닷물 환경에서도 내식성이 STS316에 비해 1백배 이상, 구리·니켈 합금강에 비해 1천배 이상 강하다.
또 니켈이나 티타늄을 함유한 값비싼 재료를 대체할 수 있어 해안지방의 산업설비는 물론 탈황설비·화학플랜트·소각로와 같은 부식성이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재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계 스테인리스강 생산 1위인 프랑스 CLi사의 「UR B26」, 미국 INCO사의 「256MO」, ALC사의 「AL6XN」, 스웨덴 AS사의 「254SMO」 등 비슷한 제품보다 내식성이 2배 이상 뛰어나고 인장강도·항복강도·연신률 등 기계적인 성질도 탁월하다.
또 설비의 수명을 경쟁재료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늘리거나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설비 사용기간을 늘리고 보수정비 빈도를 줄여 유지관리도 수월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SR50A」는 영광 5·6호 원전의 해수 열교환기용 튜브 재료로 채택됐으며 앞으로 원전 주요 설비의 재료로 채택될 경우 현재 40년인 원전의 수명을 60년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SR50A」는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재료표준협회(ASTM)로부터 표준규격(S32050)을 부여받았다. ASTM에서 표준규격으로 인증받는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이와 함께 CLi사와 INCO사 등 세계적인 스테인리스강 업체들이 「SR50A」를 합금원소 구성비율이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이상적으로 설계된 재료라고 평가했다.<허두영 기자>
◎심사평/진정일 고려대 교수/미 표준규격 획득 세계 철강계에 엄청난 기여
박용수 교수는 「SR50A」로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재료표준협회로부터 표준규격으로 인정받고 국내업체를 비롯해 세계적인 유명 철강업체에 기술을 이전하여 한국의 철강재료 개발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세계 철강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수퍼 마르텐사이트」와 「수퍼 듀플렉스」를 잇따라 개발해 수퍼 스테인리스강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박교수를 제 8회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장성도 이수화학 고문·강민호 한국통신 해외사업본부장·김진동 서울경제 주필·명효철 고등과학원 원장·박원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배무 이화여대 교수·변광호 생명공학연구소 소장·손병기 경북대 교수·손재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선임부장·이대운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소장·이리형 한양대 부총장·전의진 과기처 연구기획조정관·정명세 한국표준과학원 원장·채영복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사무총장
◎연구세계/완벽 「스테인리스」 만들기 20년 외길/기술상품화 포철·한전에 세일 성공/인공고관절 등 생체재료도 개발 추진
박용수 교수는 「스테인리스 맨」(Stainless Man)을 꿈꾼다.
대학생인 딸에게 1만원 단위로 용돈을 주면서 헤프게 쓴다고 야단치면서도, 연구실의 학생들에게는 10만원, 1백만원 단위로 연구비를 펑펑 나눠 준다.
실험장비가 고장나면 새로 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직접 고쳐 쓰려고 애쓰면서도, 학생들에게는 장비가 고장날 정도로 열심히 실험하라고 격려한다.
성격이 금속처럼 곧고, 굳고, 급한 편이어서 쉴 새없이 학생들을 다그치지만, 술자리에선 신세대 노래를 즐겨 부르고 제자들의 취업은 끝까지 책임진다.
대학교수로서 실험실 차원의 연구개발을 마무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기업의 「술상무」처럼 포철이나 한전을 찾아다니며 기술의 상품화에도 노련한 수완을 발휘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주일마다 교회를 찾아 영적으로도 「세상의 소금」과 같은 「스테인리스 맨」을 꿈꾸지만, 집을 찾아온 제자들과 어울려 「갈 때까지」 술을 마시고 가끔 질펀한 이야기로 제자들을 웃기기도 한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이 「스테인리스 맨」은 지난 20년동안 집요하게 완벽한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을 추구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크롬이 12∼18% 정도 섞인 강으로 크롬이 철과 반응하여 표면에 곧바로 산화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광택을 내면서 녹이 쉽게 슬지 않는 범용 재료다.
스테인리스강은 활용범위가 숟가락에서 원전설비까지 매우 넓어 연간 소비량에 따라 그 국가의 산업화 수준을 파악하는 척도로까지 등장했다.
박교수는 지난 89년 내식성을 높인 스테인리스강은 산화막 바깥 쪽은 양이온, 안 쪽은 음이온 선택층으로 이루어지는 전기적인 이중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뛰어난 내식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가 개발한 「SR50A」는 지난해 미국재료표준협회의 표준규격을 획득했는데, 개인이 개발한 재료가 이 규격을 획득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또 이 제품은 미국 INCO사가 공식 석상에서 「King of Super Stainless Steel」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순식간에 「스테인리스강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들이 더욱 놀란 것은 이 엄청난 「슈퍼 스테인리스강」이 한국에서 개발됐다는 사실 뿐아니라 그것도 포철과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아닌 대학교수 한사람의 집요한 노력에 의해 개발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CLi사등 세계적인 특수강 생산업체들이 「SR50A」를 생산하기 위해 다투어 박박사에게 기술이전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교수는 「SR50A」를 개발한 뒤에도 연구개발을 계속하여 지난 93년 「슈퍼 마르텐사이트」 스테인리스강을, 지난 95년 「슈퍼 듀플렉스」 스테인리스강을 잇달아 개발하여 세계 철강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현재 솔고산업과 공동으로 「SR50A」로 인공 고관절을 만들어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으로 인공 생체재료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박교수는 이같은 「슈퍼 스테인리스강」을 개발하면서 포철, 한전 등 국내 관련 기업의 설비를 두루 이용하여 재료의 국산화 의지를 다졌으며 학생들에게 연구개발의 실용화를 몸소 실천해 보였다.
김구 선생의 비서로 광복회 고문을 지낸 고 박기성 옹의 외아들인 박교수는 평소에 『썩어야지 실험이 잘 된다』거나 『장비는 썩어도 시편만 썩지 않으면 된다』며 학생들의 실험을 격려하면서 「밀알 하나가 썩지 않으면」의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독특한 부식 철학을 강조한다.<허두영 기자>
◎부식/같은 재료도 환경따라 녹스는 정도에 큰 차이/교량 등 안전사고 대비 특수 스테인리스 써야
우리 주변에 있는 금속재료는 녹이 잘 슨다. 철은 대문이나 창틀처럼 큰 구조재료를 비롯하여 못·압핀처럼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가장 널리 쓰이는 금속재료지만 물기를 만나 녹이 잘 스는 것이 한계다.
심지어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숟가락이나 젓가락도 녹이 슬고, 니켈 합금으로 된 시계줄이나 안경테까지 녹이 스는 것을 볼 수 있다.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소금끼가 있는 물에 오래 담가 두면 녹이 슨다. 광택나는 시계줄이나 안경테도 염분이 섞인 땀이 자주 묻으면 서서히 녹이 슬 수 밖에 없다.
박용수 교수는 부식은 「재료가 환경과 반응하여 그 특성을 잃어버리고 처음 상태에 비해 열화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같은 스테인리스강이라도 환경에 따라 부식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전동차라도 부산은 서울에 비해 습도가 높고 염분이 많기 때문에 부산의 전동차는 서울의 전동차보다 녹이 슬기 쉬워 내식성이 강한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조해야 한다는 것이 박교수의 설명이다.
부식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면 대형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성수대교 붕괴나 아현동 가스관 누출과 같은 대형 사고도 작은 부식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부식에 의한 재료의 피로에 의해 비행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원전의 세관 결함으로 방사능이 누출될 수도 있다.
지난 86년 미국의 챌린저호 폭발사고도 결국 부식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부식에 의한 경제적인 손실이 GNP의 35%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부식은 인공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철강 교량에 쓰이는 내후강(Weathering Steel)이 바로 그것이다. 내후강은 녹이 슬면서 오히려 재료를 강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밖에 부식으로 고운 색을 내는 자연발색 공정이나 스테인리스강의 표면에 무늬를 입히는 식각(Etching)공정도 부식을 인공적으로 이용한 것이다.<허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