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시작됐다] 3. 소비자도 변해야 한다

'욕망'만 좇지말고 투자 기본원칙 지켜라
투자는 본인책임… 고위험상품 가입땐 '확인서' 작성 필요
보호 콘텐츠 등 활용해 자신의 권리도 정확히 파악해야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대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자통법은 금융산업을 켜켜이 가로막은 빗장을 걷어냄으로써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개발을 촉진시켜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통법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동시에 투자자 보호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펀드 불완전 판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펀드투자준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고객의 투자성향을 꼼꼼히 분석한 후 이런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투자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자통법 시대가 개막됨에 따라 금융소비자들도 단순히 욕망만을 좇기보다는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기본원칙을 실천하는 한편 적극적인 자기방어능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펀드 가입 단계부터 투자자 보호에 주력=자통법 시행으로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바로 '펀드 투자권유준칙'이다. 이제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펀드 판매는 금지되며 금융소비자의 투자성향을 꼼꼼히 분석한 후 여기에 맞는 상품만 권유할 수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정한 표준투자권유준칙안을 바탕으로 개별 회사 차원에서 적합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 판매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상품을 팔았을 때는 불완전 판매에 해당된다. 이 준칙안에 따르면 펀드에 가입하려면 금융회사 영업점에서 '투자정보 확인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정보확인 항목에는 ▦연령대 ▦예상 투자기간 ▦투자경험 ▦소득상태 ▦금융상품 지식 수준 등이 포함된다. 창구직원은 이 설문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의 투자성향을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 5단계로 분류한다. 그리고 투자성향에 맞춰 ▦무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등 5등급으로 분류된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할 수 있다. 안정형으로 분류된 고객에게는 국고채나 통안채 등 위험이 없는 상품만을 권유할 수 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원칙적으로 고위험 이상 등급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적극투자형 이상으로 평가된 고객에게만 권유할 수 있다. ◇저위험 성향인데도 고위험 상품 가입할 때는 '확인서' 필요=새로 마련된 펀드 투자가입 절차를 제대로 밟으면 약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펀드 가입자가 직접 자필 서명해야 하는 부분도 16개를 넘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투자자가 본인의 투자에 명확히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투자정보 설문을 진행하지 않고 '일반투자자 투자정보 작성거부 확인서'를 작성하면 된다. 또 본인의 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싶을 때는 '투자자 유형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투자상품 선택 확인서'를 작성하면 저위험으로 분류된 투자자라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투자와 관련된 위험에 대해 소비자가 전적으로 책임 져야 한다. 따라서 나중에 불완전 판매 소송 등이 생기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한 펀드 판매사는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펀드에 가입할 때 상당히 불편해졌다고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불완전 판매를 줄이고 보다 원칙에 충실한 투자문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으로도 펀드 상품 권유 가능='요청하지 않는 투자권유'도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다. 방문ㆍ전화 등 실시간 대화를 통한 투자권유는 원칙적으로 투자자로부터 권유요청을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주식이나 채권ㆍ펀드 등 증권과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권유는 투자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거부했는데도 다시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는 그 후 1개월간 금지되고 투자성격을 가진 보험계약이나 다른 종류의 금융투자상품도 권유할 수 없다. 신승묵 푸르덴셜투자증권 법무팀장은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성향에 대해 보다 냉철한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상당수 투자자들이 '욕망'에 따른 투자를 했다면 앞으로는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 보호 콘텐츠도 등장=자통법 시행과 함께 소비자들이 자기방어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콘텐츠도 조만간 쏟아진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이달 중순부터 자사 홈페이지(www.kcie.or.kr)나 네이버ㆍ다음 등 인터넷 포털을 통해 '똑똑한 투자자 시리즈'를 게재한다. 이 시리즈는 10분 정도의 단편 동영상물로 자통법 시행에 따른 펀드 투자 가입절차나 요령ㆍ숙지사항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펀드뿐 아니라 채권이나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상품의 해설도 선보인다. 이밖에 케이블TV 방송은 물론 20~30대 젊은 투자자를 위해 PDA나 PMP 등에서도 다운로드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제작된다. 자통법과 관련해 전반적인 사항이나 의문점이 있을 때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www.fss.or.kr)의 '자통법 안내 전용메뉴'를 이용하는 게 좋다. 이 메뉴는 자통법과 관련한 각종 보도ㆍ설명ㆍ교육ㆍ홍보 자료를 한곳에 모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오무영 투자자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자통법 시대에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나오고 가입절차 등도 달라진다"며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신장 등을 위해 무엇을 알아둬야 하는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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