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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용등급 ‘인플레’ 심각…A급 이상의 비중 80%달해
국제 신용평가사들 A급 이상 부여 기업 27%에 불과
입력
2013.11.04 07:49:47
수정
2013.11.04 07:49:47
국내 신용평가사들 ‘부풀리기’에 투자자들만 손실
기업 신용등급 가운데 A급 이상의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웅진그룹부터 동양그룹 사태까지 최근 1년간 회사채 시장의 대형 악재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신평사들의 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국내 3대 신평사인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가 부여한 국내 기업의 회사채 등급 중에서 AAA∼A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8.9%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한신평의 A급 이상 비중이 82.6%로 가장 높았다. 나이스는 80.0%였고 한기평은 74.0%로 그나마 상대적으로 작았다.
국내 신평사 3곳이 회사채 등급을 부여하는 국내 기업 수는 380∼390개 수준이다.
A급 이상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보니 신용등급의 ‘허리’에 해당하는 B등급 대(BBB∼B)의 비중은 기형적으로 작았다.
나이스(20.0%), 한기평(24.0%), 한신평(16.3%)의 BBB∼B등급 비중은 평균 20%였고 CCC 이하 등급의 비중은 3개사 모두 1∼2%에 그쳤다.
국제 신평사의 신용등급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회사채 시장의 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은 더욱 확연해진다.
한신평에 따르면 무디스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4,800개 기업의 신용등급 가운데 A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였다. BBB등급(25.8%)의 비중이 가장 컸고 BBB∼B등급의 전체 비중은 62.6%였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내 신평사들이 기업 신용도를 평가할 때 개별회사의 재무요인에만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산업군 또는 글로벌 집단 간의 비교는 이뤄지지 않고 특정 기업이 국내 업종에서 1등인 경우 무조건 최상위 등급을 부여하다 보니 해당 산업에 속하는 전체 기업의 신용등급이 과대평가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령 국내 신평사들은 포스코와 현대차에 최상위 등급을 부여했지만, 이들 두 기업은 무디스로부터 Baa1등급을 받고 있다. Baa1는 국내 신평사의 등급 기준으로 BBB+에 해당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TX팬오션과 동양시멘트를 예로 들며 “그동안 국내 신평사들은 유사시 계열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효과만 고려했을 뿐 부작용에 대해서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회사채 시장의 기능이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신용도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어 이득이지만 투자자는 리스크가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고도 적정 수준의 금리를 받지 못해 시장이 호도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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