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음모론」이 이어지고 있다.지난 28일 경제청문회장. 김선홍 전 기아회장은 『기아의 자금악화는 삼성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의 음모가 몰락의 원인이라고 확신하느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목이 떨어져도 그것이 옳다』고 말했다.
「경상도 기업」에 대한 음모론도 있다. 야당을 비롯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상도 기업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최근 진행중인 빅딜과 관련, 『「의령 출신」이 만든 기업(삼성)과 「진주」를 연고로한 기업(LG)의 뺨만 야멸차게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음모론」은 사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따라서 사실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우선 金전회장이 주장하는 음모론은 개인의 믿음이다. 『목이 떨어져도 옳다』는 그의 확신에는 각종 보고서 등 삼성이 그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기아 사태의 본질이 달라질 수는 없다. 「기아몰락」의 원죄는 金전회장을 비롯한 기아 스스로에게 있다. 음모가 있었다해도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진행되는 빅딜이 「경상도 기업 죽이기」라는 음모가 있다는 정치권의 주장도 마찬가지. 우선 새정부에서 무너졌거나 위기를 겪고있는 기업을 보자. 전남 나주출신의 나승렬씨가 만든 거평, 함평군 나산면 출신의 안병균씨가 창업한 나산은 그룹형태가 무너졌다. 호남의 대표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해태도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LG가 경상도기업이어서 뺨을 맞는다면 LG반도체를 인수하는 현대의 연고(경남 울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삼성자동차와 LG반도체의 본질은 빅딜이다. 빅딜의 본질은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빅딜은 두 그룹 회장이 김대중대통령과 국민들에 대한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자동차와 LG반도체의 빅딜은 최고경영진의 선택이다.
음모론은 책임회피다. 경제를 「정쟁의 도구」로 보는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해결책은 경제 정책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일관성이다.
다음주 경제장관들이 각 시도에 내려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자리는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보다 정부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확인·납득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근거가 약한 것일수록 정석대로 푸는게 최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