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지배중심 포스텍은 지원안한다"

채권단, 자율협약서 배제 가닥
강덕수 회장 체제 균열 불가피


STX 채권단은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포스텍을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자율협약에서 배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강 회장은 비상장 정보기술(IT) 회사인 포스텍을 통해 그룹 지주사인 ㈜STX를 소유하고 있고 ㈜STX가 STX조선해양ㆍSTX팬오션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도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포스텍은 긴급 운영자금 700억원이 필요하다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채권단은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포스텍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아닌데다 강 회장의 그룹 지배고리를 형성하는 개인회사인 만큼 신규 자금을 지원할 명분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8일 "포스텍은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중공업ㆍ엔진이나 이미 자율협약 들어간 STX조선과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며 포스텍에 대해 다른 접근방식을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포스텍은 ㈜STX 지분 16.8%를 담보로 증권금융 등으로부터 200억여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이 주식처분에 나설 것으로 보여 포스텍을 정점으로 한 강 회장의 그룹 지배구도는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자율협약을 신청한 사업지주회사인 ㈜STX도 채권단 사이에서 수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원유ㆍ석탄 수입 등 주력인 조선사업과 관계없는 무역상사 사업구조를 띠어 자생력이 없는데다 자율협약이 개시돼 신규 자금이 투입될 경우 향후 자금회수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14일 만기 도래하는 2,000억원의 회사채에 대해 투자자 책임이 있음에도 은행이 이를 부담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제기돼 구조조정 작업이 첫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한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7일 ㈜STX에 대한 자율협약 동의서를 보내왔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회사채 만기도래 직전일인 13일까지 서면동의 여부를 밝혀줄 것을 개별 채권기관에 요청했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막대한 신규 자금 지원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성급하게 데드라인을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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