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재판 진행을 독촉하는 e메일을 보낸 행동은 재판에 관여한 부적절한 행위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의 면죄부 성격이 강해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윤리위의 결론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대법원이 진상조사를 거쳐 내렸던 결론보다도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다 3차례 회의를 여는 진통 끝에 결국 ‘봐주기’를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윤리위는 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과 관련해 3차회의를 열고 신 대법관에 대해 주의촉구나 경고조치할 것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최송화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일 때) 촛불시위자의 보석에 신중을 기하라고 한 언급이나 전자우편 등을 통해 재판 진행을 독촉한 것은 사법행정권 행사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기는 하지만 재판 관여로 인식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위는 재판 독촉 e메일은 재판 관여로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지만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기준이 없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한 점 등에 비춰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징계위원회 회부는 권고하지 않았다.
신 대법관이 혼란을 봉합하는 차원에서 용퇴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현직 대법관의 자진 사퇴’라는 역사적 오명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과 함께 자진 사퇴할 경우 재판 개입 정도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대법원에 계속 남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결론에 대해 법원 내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일부 소장 판사들은 경고권고는 재판 독립을 훼손한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너무 가벼운 처분이라고 지적했지만 고위법관들은 재판 개입을 인정한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