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킨데 이어 시리아와 이란 등에도 잇달아 경고성 발언을 하면서 친미 아랍권 형성을 목표로 하는 중동 질서 개편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9일 “미국은 시리아가 이라크 관리들의 국외탈출은 물론 후세인 체제를 지원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시리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존 볼튼 미 국무차관 역시 “미국 정부는 바그다드가 함락된 9일 이란ㆍ시리아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의사를 가진 다른 국가들에 대해 이라크로부터 적절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로마를 방문중인 미 국무부의 존 볼튼 군축담당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다수의 정권들이 이라크의 사례에서 WMD 추구는 그들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적절한 교훈을 얻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보수파 인사들은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계기로 시리아와 이란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라크 주변 국가들의 정권을 민주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소위 `민주 도미노` 이론을 굳게 믿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수의 미 전략가들 역시 후세인 정권의 퇴진으로 이라크에 민주주의가 정착하고 이스라엘의 안보가 확대되면서 중동에 새로운 민주주의를 열어 주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이어 또 다시 중동의 특정국가에 미국적 가치를 뿌리내리려고 시도한다면 대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