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삶 그리고…] 서병문 비엠금속 사장

"사람중시·노사신뢰로 부도기업 살려냈어요"
대표이사 선임뒤 직원들과 생산현장서 동고동락
투명경영에 노조도 구조조정 이해 "조기 정상화"


자동차ㆍ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주물부품을 만드는 비엠금속의 서병문(64) 사장에게 기업 경영은 '사람 관리'를 뜻한다. '한번 얻은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게 그의 신조다. 챙길 사람이 많아서인지 서 사장에겐 '감투'도 많다. 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만 10년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7년째 맡고 있고 고향인 경북 영주 동부초등학교와 경희대 체육학과 총동문회장도 그의 몫이다. ◇"사람은 나의 힘…가슴으로 대하라"= 군 장교 출신인 그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직원들의 마음을 사려는' 진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난 81년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비엠금속에 관리담당 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법원에서 당시 대위로 예편한 저를 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이었죠. 비엠금속은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과도한 설비투자도 문제였지만 직원들의 경영진 불신이 심했습니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84년 법원에 의해 대표이사가 된 그는 직원들과 동고동락했다. 통근버스로 출근하면서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려 애썼고,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의 집을 쌀을 사 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근무여건을 알아보기 위해 생산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것은 기본. 그 결과 경영진을 보는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사관계를 위해 전략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예요. 비즈니스든 사생활이든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신의가 중요합니다. 제 식구니까 잘 해주고 싶고, 그래서 살폈던거죠. 결국은 사람이 가장 큰 재산입니다." ◇'투명ㆍ공정'이 경영의 핵심 키워드= 직원들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경영에 독(毒)일까, 약(藥)일까. 서 사장은 주저 없이 "약이다"고 말한다. "회사의 결산서를 노조에 모두 공개합니다. 회사의 비전을 찾으려면 현재 회사가 어떤 상태에 있는 지 부터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약점을 감추면 직원들의 이해나 적극적인 동참을 구할 수 없습니다. 회사를 투명하게 운영하니까 경영진에 대한 비리 의혹도 사라지더군요. 적어도 '우리 회사 사장은 생선가게 고양이는 아니다'는 확신을 주는 거죠." 투명한 회사 공개는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이기도 했다. 실제로 법정관리 당시 비엠금속의 직원은 1,000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250명 선으로 줄었다. 사양 길을 걷던 주강ㆍ기계공장을 없애고 주철ㆍ정밀주조ㆍ제관 등 3개 공장만 남겼다. 공개한 경영자료를 바탕으로 노조의 이해를 구하지 못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인사ㆍ임금 등에서도 공정을 기했다. 친ㆍ인척 취업 등 원칙없는 인사를 배제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그가 주물조합 이사장으로 롱런하고 있는 것도 조합 임원업체는 단체수의계약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공정한 조직 운영에 애쓴 덕분이다. 비엠금속은 이런 노력 덕분에 법정관리 시한보다 3년 앞선 지난 2001년 10월, 정리채권 300억원을 모두 갚고 정상화됐다. 매출도 부도 당시 80억원에서 연 매출 4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 올 경영목표 "매출 500억 달성·흑자전환" 서병문 사장은 올해 비엠금속의 매출목표를 500억원으로 지난 해보다 56% 늘려 잡았다. 지난해 상반기 경남 진해 마천 주물공단에 연간 용해능력 6만9,000톤 규모의 주물 전자동설비를 갖춘 현대식 공장을 신축, 부산공장 이전작업을 마치고 올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서 사장은 "지난 해에는 부산공장을 이전하느라 300억원 이상을 썼고 불가피하게 외주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적자를 냈다"며 "하지만 올해는 신축공장을 본격 가동,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 사장은 대ㆍ중소기업 상생과 관련 "고철 등 원부자재 값이 올 들어서만 40% 가까이 올랐지만 주물업계의 고객인 자동차ㆍ중장비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은 여전하다"며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주물제품에 연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물은 쇠를 녹여 부품을 만드는 대기업의 기초산업"이라며 "대기업들이 주물의 원자재가 되는 고철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보다는 해외에서 수입해 써야 중소 주물업체들의 숨통이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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