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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대북압박 숨고르기에 北 화답
北 "개성공단 개발 계속… 설비 반출은 불허"심리전 잠정보류 시사 천안함과 분리 방침에사실상 공단 유지의사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
권대경기자 kwon@sed.co.kr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개발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개성공단 내 기업자산으로 등록된 설비는 원칙적으로 반출을 불허한다"는 내용을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측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가 전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우리 측 관계자에게 이러한 내용을 통보했다고 이날 전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설비와 물자 반출은 개성공단 내 세무서를 경유한 뒤에 가능하다며 ▦기업재산 등록설비 원칙적 반출 불허 ▦노임 등 채무기업의 채무 청산 ▦임대설비 임대 관련 증빙서류 확인 후 반출 가능 ▦수리설비 고장 여부, 수리기간, 재반입 조건 확인 후 반출 가능 ▦설비ㆍ원부자재 반출로 (북측) 종업원 휴직 불허 등 5개항의 반출 조건을 제시했다.
북측은 특히 "남측이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축소하는 등 제한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개성공단 폐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향후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이는 남측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개성공단 설비와 장비의 반출 자체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유지에 무게중심을 실어온 정부가 최근 전단지 살포 연기를 시사하는 등 대북 압박에 '쉼표'를 찍을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 측이 이날 사실상 공단 유지 의사를 밝히며 화답한 것이다. 정부의 천안함과 개성공단사업 분리대응 방침이 탄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먹구름이 끼었던 개성공단의 운명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남북이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한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와 평화의 상징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천안함 이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또 북한 군부와 대남 강경노선을 주도하는 북한 지도부의 입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공단에 대한 북측의 조치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도 그 이유다. 북한 군부 등은 공단 관리기관으로서 공단 유지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북한 내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속내 드러낸 北, 이유는=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는 4만3,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받아가는 임금과 사회보험료는 연간 5,000만달러에 달한다. 정부의 교역ㆍ교류 전면 중단 조치로 상당한 수준의 달러 수입원이 없어진 상황에서 북한에 이 돈은 무시 못할 금액이다. 또 공단 폐쇄는 주민 불안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설비ㆍ자재를 볼모로 잡는 군색한 구실로 공단 유지의 뜻을 어쩔 수 없이 내보인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 왜 호흡 조절하나=정부 역시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 사업인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것은 부담이 크다. 우선 입주기업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또 북한이 육로통행 차단 조치를 내리면 우리 근로자의 신변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대규모 인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는 미군이나 우리 군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어지며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는 차원의 외교적 해법 모색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긴 호흡의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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