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가입시 피보험자(보험 대상자)의 자필 서명이 없더라도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4일 나왔다.
즉 이는 생명보험 가입시 피보험자의 서명이 있어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이어서 앞으로 유사소송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생명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이 없을 경우 보험계약은 무효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왔다.
생명보험에서 보험의 목적이 되는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 수익자가 보험금을 타게 된다.
추모(보험 계약자)씨는 지난 2002년 10월 시어머니 김모씨를 피보험자로 우체국 보험에 생명보험을 가입했다. 추씨는 가입 당시 한자리에 있던 김씨가 글을 모른다며 대신 서명을 해줄 것을 요구하자 대신 서명을 했다.
이후 2004년 9월 김씨가 패혈증에 감염돼 사망하자 우체국 보험을 상대로 당초 약속한 5,000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체국 보험측은 가입 당시 김씨의 자필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러자 추씨는 국가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보험 계약자인 며느리 추씨가 피보험자인 시어머니 김씨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가입 당시 추씨가 김씨의 구두 동의를 받아 대신 서명한 만큼 실질적인 서면동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생명보험 가입시 필수요건인 피보험자의 서명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기존 판결은 서면동의를 액면 그대로 피보험자의 자필 사인이나 날인 등이 있어야만 보험금 지급이 유효하다고 판결했지만 이번 판결은 자필 사인이 없더라도 정황상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도 사실상의 서면동의로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