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산업에 1,000억弗 투자

하루 1,250만배럴 생산 목표
세계 석유시장 지배력 강화나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석유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석유산업에 1,000억 달러를 투자, 생산여력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는 모두 1,000억 달러가 투입되는 5개년 석유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원유 생산능력을 하루 1,250만 배럴로 늘린다는 목표다. 사우디는 현재 채굴가능한 유전의 3분의 1을 닫아둔 상태이며 산유량은 하루 830만 배럴 정도다. FT는 "배럴당 70달러 안팎의 유가는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하는 가격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다음주 스위스 비엔나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기존 생산량을 동결시키는데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그럼에도 사우디가 생산여력을 늘리려는 것은 원유 수급시장을 장악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 등 주요 석유소비국은 지난 2007년 여름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오르자 수입처 다변화 등을 통해 OPEC, 특히 사우디에의 원유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이에 사우디는 원유 공급량 확대를 무기로 '세계 석유 중앙은행'의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FT는 미국과 영국주재 대사를 지낸 투르키 알-파이잘 사우디 왕세자가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알-파이잘은 최근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석유메이저들은 투자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것을 꺼릴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단기적 이익이 보장되지 않아도 전세계가 또다시 에너지 재앙을 맞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사우디가 유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FT는 사우디가 내전, 정치적 통제 등 다양한 이유로 나이지리아와 이란, 이라크 및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자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도 생산여력을 늘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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