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 힘겨루기/정구형·산업2부(기자의 눈)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 문제를 둘러싸고 이해 관계자들간에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정부와 중소업계간 마찰이라는 단순구도가 최근들어서는 정부 부처간, 경제5단체와 각 사회단체간의 마찰로 비화되는 등 세부풀리기가 급속 진행되고 있다. 또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실련 등 사회단체는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4단체가 고용허가제 도입의 철회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막대한 이권을 지키려는 기협중앙회가 같은 경제단체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지난 60년대 파독근로자를 빗대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반면 중소업계는 『노동부가 부처이기주의에 입각, 외국인력의 수요 및 공급은 물론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독점하려 하고 있다』며 노동부의 관련법 도입 취지조차 불순한 것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주장들 대부분은 감정섞인 부분적 자기논리에 불과하며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노동부와 사회단체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인권과 반한감정의 추스림이 고용허가제 도입 주장의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에대해 중소업계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어떻게든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으며 고임금으로 인해 영세업체는 값싼 외국인력을 고용해 볼 기회조차 상실하고 말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서를 기초로한 사회복지적 시각과 실물경제 중심논의 대결인 셈이다. 그런만큼 잘, 잘못 여부는 무의미하며 어려운 경제여건상 어느쪽에 우선 순위가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일 수 밖에 없다. 최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실물경제 회생이 우선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일선 중소기업(고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농사짓는 일은 응당 노비에게 물어야 한다(경당문노)는 옛말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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