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 박종복 한국SC은행장

"성공 키워드 PITCH… 긍정 마인드 갖춘 사람이 진정한 인재"
현실의 장벽 높아도 능력 차별화하면 길 열려
외국어 잘하기보단 국제적 감각 키우는 게 중요
좋은 관계 많이 맺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 되길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이 23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 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용인=권욱기자



그는 자신의 드라마 같은 사연과 더불어 평소 직원들에게도 강조한다는 성공의 키워드 '피치(PITCH)'를 통해 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PITCH'는 박 행장이 평소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 요소를 직접 키워드화한 것으로 첫번째 알파벳 P와 마지막 H는 박 행장이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긍정(Positive)과 인간(Human)을 의미한다. 가운데 I는 국제적 감각(International), T는 트렌드(Trendy), C는 창조성(Creative)을 뜻한다.

박 행장은 "37년간 은행에서 생활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긍정적인 마인드'라는 걸 깨달았다"며 "개인적으로 지방(청주) 출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남들이 이야기하는 '스카이(서울대·고대·연대)'도 아닌 곳을 나왔다. 은행에 들어와서도 소위 엘리트 코스라고 불리는 은행 본점 국제부나 종합기획부 같은 곳은 물론 20년 동안 본점에 근무한 적 조차 없고, 한 때 '내가 은행원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낸 적도 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새벽 한두 시에 잠을 깨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밤을 꼬박 샌 날이 숱했다"고 털어놨다.

박 행장은 "이런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긍정적인 마음"이라며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물을 한 컵 먹고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웃는다. 그 다음에 하는 건 명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지금 다른 쟁쟁한 분들을 제치고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꿋꿋하게 버텨왔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이 너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말, 정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행장은 "워낙 힘든 취업 때문에 많은 청년이 절망하고 있다"며 "특히 자신의 출신이나 학벌 등 스펙이 남들보다 더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실에 더 좌절하는 젊은이들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진짜 집중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스펙이 먼저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처음 입사했던 제일은행이 외국계 은행으로 국적이 바뀌면서 '영어를 새로 배워야 하나'하는 고민에 빠졌다"며 "하지만 은행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 바로 '세일즈'라는 생각으로 지점에서 영업에 최선을 다했다. 사실 처음에 SC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는 소통을 위해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을 많이 기용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결국은 영업을 잘하는 사람을 찾게 됐다. 그때 바로 본부로 불려들어가 임원이 됐다. 세일즈라는 한 우물만 판 경력이 오히려 남과 다른 차별점이 됐다"고 반전 스토리를 소개했다. 박 행장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만 봐도 임원의 절반은 지방대 출신"이라며 "현실의 장벽이 아무리 높아도 남과 다른 차별성을 키우고 용기 있게 부딪혀 보면 가능성이 보일 것"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박 행장은 외국계 은행의 수장으로 일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느낀 아쉬운 점도 전했다. 그는 "SC그룹은 전 세계에 걸쳐 9만명의 직원이 있고 본점 직원은 1만명에 이르는데, 한국인은 60명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자질은 뛰어난데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국제화가 덜 돼 있어서였다"라며 "단순히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이 국제화가 아니라 국제적인 감각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SC그룹 회의를 할 때 최근 들어 한국에 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02년 월드컵을 시작으로 케이팝(K-POP)을 필두로 한 한류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마련됐다"며 "여러분들이 꿈을 펼치기에 한국은 너무 좁다. 두려워하지 말고 국제 무대를 두드려 보라"고 이야기했다.

박 행장은 마지막 키워드인 인간(H)으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그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아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값과 밥값이다. 아내가 이 점을 정말 실어했다(웃음)"며 "하지만 돌아 온 것은 그 백배, 천배였다. 여러분도 어디 가서든 남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하고, 좋은 관계를 많이 맺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성 세대로서 아쉬운 것이 나라는 잘 살게 됐지만 디지털과 자동화, 사람의 일을 대신 해주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역설적으로 취업의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라며 "그럴수록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 오늘의 강연이 여러분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강연의 끝을 맺었다.

● 박종복 은행장은

△1955년 청주 △1974 청주고 △1979년 경희대 경제학사 △1979년 제일은행 입행 △2004년 강남·부산PB센터장 △2007년 영업본부장 △2009년 프리미엄뱅킹사업부장 △2011년 소매채널사업본부장 △2014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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