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번역자 월리엄 틴들의 일생 다뤄

신의 베스트셀러
브라이언 모이너핸 지음, 민음in 펴냄


서구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꼽으라면 성경이 단연 일순위다. 예수 탄생 이후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경은 서구 문명의 토대 역할을 하며 문학, 예술, 철학, 산업은 물론 일상 생활 속에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성직자나 일부 귀족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성경이 일반 민초들이 언제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인물들의 헌신과 노력이 뒤따라야 했다. 성경을 처음 활자로 인쇄한 구텐베르크와 종교 개혁의 주인공 마틴 루터, 칼뱅 등은 성경 대중화의 주역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들. 하지만 틴데일 성경을 만든 윌리엄 틴들(William Tyndale, 1494~1536)은 비교적 생소하다. ‘신의 베스트셀러’는 16세기 초 영국의 성경 번역자 윌리엄 틴들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1526년 완성된 틴데일 성경은 오늘날 가장 아름다운 영어 성경 번역본으로 꼽히는 킹 제임스 성경의 토대가 된 작품. 1611년에 출간된 킹 제임스 성경은 흠정역 성경이라고도 불리는데 많은 부분이 사실상 틴들의 번역문을 그대로 싣고 있다. 틴들이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려던 16세기 초반만 해도 성경은 여전히 권력자와 성직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평민들이 성경을 읽고 겁도 없이 성직자, 수도사와 논쟁을 벌이는 사태는 교회 입장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성직자를 비롯해 권력을 가진 귀족들은 틴들을 악마의 앞잡이로 매도했다. 틴들은 “몇년 안에 저 밭가는 소년이 당신들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독일로 도피해 한 인쇄소에서 작지만 귀한 책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는 결국 헨리 8세의 이혼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화형에 처해진다. 역사 전문 저술가인 브라이언 모이너핸은 윌리엄 틴들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성경이 민중의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놓았다. 저자는 성경이 거룩한 금기의 성역에서 벗어나 민중의 진정한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편의 잘 짜인 논픽션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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