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개각 계기 동교동계 전면 재부상작년 말 '양갑(兩甲) 대결' 이후 일선에서 물러났던 동교동계가 3ㆍ26 개각을 계기로 행정부와 청와대 보좌진에 폭넓게 포진하면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교동계의 부상과 재결집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차기 대선구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또 정치인의 대거 입각으로 표면상 '일체형'으로 재편된 당ㆍ정관계가 내부적으론 견제와 경쟁이 이뤄지는 '분리형' 체제로 변모될 가능성도 높아 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이중적 성격을 띤 여권의 이 같은 당ㆍ정체제가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12월 당직개편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엔 동교동계 인사들이 당정을 장악했다가 그 이후 김 대표 중심의 이른바 '신주류'에 힘이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면 3ㆍ26 개각은 당정간 힘의 안배 속에 상호견제 체제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당이 중심이 돼 정치와 국회를 맡으라"고 당부한 대로 당은 국회와 대야 관계를 맡고 청와대와 행정부는 개혁정책의 추진과 관리를 맡는 역할분담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짜여진 당ㆍ정진용을 보면 청와대와 행정부의 경우 민주당의 원류나 다름 없는 동교동계나 이들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표구성원이 된 반면 당엔 김중권 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 등 비교적 최근 당에 편입된 인사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이 유임됐고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야인 생활을 접고 정책기획수석으로 컴백함으로써 구주류 3인방이 강력한 보좌진을 구성하게 됐다.
과기부장관으로 입각한 김영환 의원과 김덕배 중소기업특위위원장도 동교동계의 3축인 권노갑 전 위원, 한화갑 최고위원, 한광옥 비서실장과 두루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동교동계의 화합과 재결집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있다.
입각에 앞서 권 전 위원과 절친한 이해찬 최고위원의 정책위의장 재기용과 안동선 최고위원의 지명이 이뤄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권 전 위원이 귀국 이후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며 활발한 물밑행보를 펼쳐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이번 개각에서 현재 민주당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김중권 대표와 박상규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의 소외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신주류는 개각내용을 당일 청와대 발표 직전에 알만큼 이번 개각 인선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