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이 신행정수도 이전대상 기관에서 제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전대상 기관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신행정수도로 완전히 이전해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해당기관의 자체판단에 따라 이전할 수도, 이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국무총리.김안제 서울대 교수)는 당초 행정부와 함께 헌법기관도 일괄 이전한다는 방침하에 이달중 헌법기관 이전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었다.
헌법기관도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한꺼번에 신행정수도로 이전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초 국가기관 이전계획 잠정안이 발표된 이후 신행정수도 건설이뜻하지 않게 천도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반대여론이 들끓자 추진위는 일단 헌법기관의 이전을 잠정 보류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헌법기관 이전 여부를 해당기관의 자체판단에 맡기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한다'는 비난여론도 잠재우고 천도론을 제기하는 야당의 공세도 이번기회에 잠재우겠다는 계산이다.
추진위가 헌법기관 이전을 잠정 보류한데는 헌법소원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헌법소원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그래도 약간의 부담으로 느끼는 대목중 하나가 천도 논란이다.
실제 한나라당 등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론자들은 현재 "헌법기관까지 이전해 가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사실상의 천도"라면서 "천도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며 따라서 이른 시일내에 국민투표를 실시, 신행정수도 건설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헌법소원 심리과정에서 국민투표 미실시로 인한 국민참정권 침해 등의주장과 함께 천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가 이번에 헌법기관 이전을 보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헌법소원 심리과정에서 논란이 될 만한 소지는 모두 없애 확실한 기각 내지각하 판결을 받아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사법적 행정기관인 대검찰청은 당초 행정부와 함께 우선 이전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헌법기관 보류라는 새로운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우선 이전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검찰청의 경우 대법원에 대응해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는 검찰청법 때문이다.
한편 헌법기관 이전계획이 보류되면서 실제 이전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추진위는 헌법기관 이전을 전제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행정수도 예정지에 헌법기관 부지도 모두 마련해 놓는다는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헌법기관이 이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헌법기관 이전계획이 현재로서는 보류됐지만 앞으로 자체 판단을 거쳐 신행정수도로 이전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해당 헌법기관들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이전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와 대법원 등은 공식적인 입장을 삼간 채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앞서 "대법원 이전은 국회동의 절차가 필요한 만큼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공식입장은 없다"면서 "일단은 국회가 스스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며 그 후에나 대법원 이전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