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대선자금 발언으로 정국이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데도 긴 침묵하고있다.
노 대통령은 중국방문후 문희상 비서실장이나 문재인 민정, 유인태 정무수석 등 그 누구에게도 심경의 일단을 피력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정 대표의 자해성 폭로에 진노한 것인지, 당에서 알아서 정리할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의중 파악에 밝은 윤태영 대변인도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조만간 대통령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전반적인 기류는 극히 냉소적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까지 지낸 인사가 대선자금 부분을 노출시켜 큰 파문을 일으키고있다는 불만이 적지않다. 문 실장이 지난 11일 현정부 고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도덕적 의무)`를 거론하며 정 대표의 자진사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라는 반응들이다.
문 실장은 지난 11일 일부 기자들과의 만찬석상에서 “내가 정 대표 입장이라면 물러설 것이고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 실장측은 13일 “정계 은퇴를 거론한 것처럼 보도된 것이 대통령의 의도이거나, 대통령 의도를 간접 전달하려는 게 아니다”면서 “문 실장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노 대통령의 침묵은 정 대표의 굿모닝 시티 자금수수 시인과 대선자금 발언 파문에 대한 사태 수습이 어려운 만큼 정 대표가 스스로 판단, 거취를 결정할 시간적 여유와 명분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