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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조지 소르스, 칼 아이칸 등 이른바 '큰손'들 투자 포트폴리오가 지난 2·4분기에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의 앞날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투자귀재들의 대응전략도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공시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ㆍ4분기중 10억3,000만 달러를 들여 세계적인 의약·생활용품 업체인 존슨 앤 존슨(J &J)의 주식 1,749만주를 사들였다. 버크셔의 J&J 보유주식은 4,130만주로 크게 늘어났으며 평가 금액으로는 24억 달러에 달한다.
버핏은 지난 2008년 당시 보유하고 있던 J&J 주식을 대거 매각하는 대신 14억5,000만달러어치의 골드만삭스 채권, GE 등의 주식을 사들인바 있다. 버핏은 지난해 이와 관련,"(위기의 와중에서) 버크셔가 풍부한 현금 이상을 가진 회사라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 J&J의 주식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J&J는 지난 5월중 어린이 의약품에 대해 안전제어 문제로 리콜을 하면서 주가가 65달러선에서 50달러대로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J&J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고, 연간 3% 이상의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고배당주로 꼽힌다. 제럴드 마틴 아메리칸 대학 코닥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 버핏이 자신이 원하는 투자구조를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버크셔는 이외에도 2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인 파이서브의 주식 44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또 의료설비업체인 벡튼디킨슨의 지분을 8.4% 늘렸고, 프랑스계 제약회사 사노피아벤티스의 지분을 4.1% 추가 확보했다.
버크셔는 2·4분기중 주식 취득에 16억4,000만 달러를 사용했으며 4억2,700만 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처분했다. 버크셔가 주식매수에 적극 나선 지난 2분기 미국의 주가는 다우지수가 10%, 나스닥지수와 S&P 500지수가 12% 떨어지는 등 내림세를 보이던 시기였다. 빌 버그만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버핏은 다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때 사고, 살 때 파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경기침체 우려로 높아진 상황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버핏과는 달리 조지 소로스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는 지난 6월말 현재 51억 달러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말 보유액 88억 달러에서 무려 42%나 줄어든 것이다.
소로스는 브라질 국영 에너지 업체인 페트로브라스의 지분 1500만주를 모두 처분하고, 또다른 석유업체인 헤스지분은 1분기말 3억250만달러에서 2분기말 150만달러로 줄었다. 이밖에 통신업체인 버라이존 등의 지분도 대거 내다팔았다.
주식을 워낙 많이 팔다 보니 상대적으로 금 보유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두자릿수대로 늘어났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골드트러스트의 주식 보유량은 1분기 559만주에서 524만주로 축소했지만, 보유 지분 가치는 여전히 6억3,8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매니지먼트는 설명했다. 투자 비중으로는 1분기 7%에서 2분기에는 13% 수준으로 확대됐다.
소로스는 지난 6월 세계경제에 대해 "금융위기가 종료되지 않고, 2막에 들어섰다. 세계경제가 대공황 때와 너무나 유사한 측면이 많다"며 위기를 경과한 바 있다. 이같은 점에 비춰 그의 펀드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식을 대거 처분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아이칸 같은 기간 멕시코만 원유유출사고와 유가하락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석유관련기업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칼 아이칸은 올초 에너지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4월부터 6월 사이에 10억달러를 에너지 기업에 투자했다. 그는 석유와 가스생산업체인 아나다코, 연안 탐사전문기업인 엔스코, 발전회사인 NRG에너지 등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시적인 악재로 인해 이들 기업의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적극 매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