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 자영업과 '데이' 마케팅

연인들을 위한 날인 ‘밸런타인데이’가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 수많은 업종과 매장들은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이벤트나 상품을 내놓고 연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특별한 날에는 소비에 위축돼 있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날이다. 기업과 자영업자에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같이 특정한 날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제품을 홍보하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데이마케팅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기념일을 이용한 마케팅이 증가한 이유는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감소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데이마케팅은 신상품 출시, 할인 판매, 경품지급행사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데이마케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밸런타인데이’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유래에 의하면 3세기께 당시 로마의 황제인 클라우디우스 2세는 군의 전력 유지를 위해 법으로 젊은이들의 결혼을 금지했다. 그러나 밸런타인이라는 사제가 이를 어기고 젊은이들을 몰래 결혼시키다 들통이 나 순교를 하게 됐다. 이날이 바로 269년 2월14일이다. 498년에는 기독교회 측이 정식으로 2월14일을 성 밸런타인의 날로 선포하고 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삼았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밸런타인데이가 지켜지다가 18세기 말 인쇄술의 발전으로 인쇄된 카드가 보급되면서 밸런타인데이 축하카드가 보편화됐다. 밸런타인데이를 상술에 이용한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58년 일본의 유명 제과회사 모리나가는 당시만 해도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고백을 쉽게 못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틈타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에 하루만이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게 하자”는 사랑고백 캠페인을 전개했다. 물론 매개체는 사랑의 달콤함을 표현할 수 있는 초콜릿이었다. 70년대 들어 밸런타인데이가 인기를 끌자 모리나가제과는 “2월14일에 초콜릿을 받은 사랑을 3월14일에 보답하자”는 화이트데이를 주장했다. 이로 인해 ‘14일’이 대표적인 데이마케팅으로 자리 잡게 된다. 1월14일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예쁜 수첩과 꽃바구니를 선물하는 ‘다이어리데이’부터 2월14일은 밸런타인데이, 3월14일은 화이트데이, 4월14일은 ‘블랙데이’로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자장면을 먹는 날이다. 5월14일은 ‘로즈데이’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붉은 장미를, 친구에게는 노란 장미를 선물하는 날이다. 6월14일은 ‘키스데이’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키스를 하는 날이며, 7월14일은 ‘실버데이’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은반지를 주고받으며 장래를 약속하는 날이다. 8월14일은 ‘뮤직데이’로 연인끼리 모여 춤을 추거나 음반을 선물하고, 9월14일은 ‘포토데이’로 연인들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날이다. 10월14일은 ‘와인데이’로 연인끼리 은밀하게 만나 와인을 마시는 날이며, 11월14일은 ‘무비데이’로 연인끼리 영화 보는 날, 12월14일은 ‘머니데이’로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을 위해 돈을 쓰는 날이다. 외식 업체에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데이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3월3일은 ‘삼겹살데이’로 삼겹살을 먹는 날이며, 3월7일은 ‘삼치데이’로 삼치를 먹는 날이다. 이밖에 5월2일은 ‘오이데이’ 7월2일은 ‘체리데이’ 9월2일은 ‘구이데이’ 등이 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보면 모든 데이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소비 유도와 상술에만 치중해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매출 증대의 효과가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데이마케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점포의 아이템이 가진 속성과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해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입소문을 통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마케팅에 얽매여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매장이 속한 상권의 특성과 아이템, 고객 성향 등을 파악해 나만의 데이를 만들어 매장에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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