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先할인 결제' 속지마세요
일부 가맹점, 포인트 선지급을 할인혜택으로 홍보
고은희 기자 blueskies@sed.co.kr
직장인 김홍식(29)씨는 최근 강변역 테크노마트의 가전제품 매장에서 ‘A카드로 결제하면 50만원 선(先) 할인’이라는 선전 문구를 발견했다. 매장직원은 “A카드로 구매하면 50만원을 깎아준다고 설명했다. 직원은 “약정서만 작성하면 미리 할인을 해주고 A카드를 발급받으면 된다”고 권유했다. 결국 김씨는 100만원 짜리 32인치 LCD TV를 5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나머지 50만원은 결코 ‘할인’받은 게 아니다. 앞으로 60개월동안 신용카드 결제 대금의 일정액만큼 적립되는 포인트를 앞당겨 사용한 것일 뿐이다. “50만원을 깎아준다”는 말에 넘어가 TV를 사고 말았지만 결국 5년에 걸쳐 포인트로 갚아나가야 하는 셈이다. 포인트 적립 비율이 카드 결제금액의 2~5%라고 하지만 무려 5년간 신용카드로 1,000만~2,500만원을 결제해야 당초 약속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포인트 선(先)지급 제도는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때 카드 포인트로 먼저 할인혜택을 받은 후 나중에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쌓이는 포인트로 갚아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가전제품 매장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런 설명은 해주지도 않은 채 그저 물건을 공짜로 살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포인트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신용카드 포인트 관련 민원이 112건이나 접수됐다. 또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는 ‘공짜인 줄 알고 물건을 샀는데 신용카드 3년 할부였다’는 내용의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신용카드 업체들은 가맹점들이 포인트를 활용해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을 일일이 감독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한다. 카드업계의 관계자는 “가맹점 광고물이나 약정서 등에 ‘선(先) 할인’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과거 ‘포인트 선(先)지급’을 ‘선(先) 할인’으로 홍보할 때의 광고물이나 약정서가 아직 수거되지 않은 곳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업체들의 시정 노력을 불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가맹점이나 홈페이지에서는 포인트 선(先)지급 제도가 ‘선(先) 할인’으로 둔갑해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다. KTF 홈페이지에는 ‘폰세이브 카드로 결제하면 최고 50만원 할인’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게재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신용카드사들의 선포인트 제도에 대해 ‘선(先) 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며 “내달 중 할부 형태로 지급되는 포인트 제도의 적정 수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7/05/31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