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책과세상] '헌신적 母性'은 가부장적 편견이 만든 허구 ■ 어머니의 탄생 /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성공적 번식 위해 계산하는 모습등어머니, 주도면밀한 전략가에 가까워"맹목적 양육자가 아닌 기업가적 제왕" 조상인기자 ccsi@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여성은 보다 온화하고 덜 이기적이며, 그 때문에 남성과 다르다. 여성은 모성 본능 덕분에 자신의 아기에게 이런 자질들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러므로 여성은 다른 동족들을 대할 때도 그런 자질들을 펼치는 일이 자주 있을 것이다.' 찰스 다윈은 1871년 '종의 기원'을 통해 이같이 선언했다. 여성에 대한 이런 관점은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근대적 가부장 사회에서 '조건 없이 헌신하는 모성'을 지지하는 근거가 됐다. 무조건적인 자기 희생으로 점철되는 '모성'이라는 게 과연 자연적으로 타고난 것일까. 여성은 자신이 낳는 모든 아이를 스스로 기르려 하고, 그 모두에게 차별없이 자애로울까? 새끼를 먹이기 위해 제 몸을 내 주는 어미 거미처럼 희생적인 모성이 여성 및 암컷들의 전형적인 특성일까? 30년 이상 영장류 사회생물학을 연구한 진화 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그는 여성이 헌신적인 모성으로 출산ㆍ양육의 책임을 모두 짊어져야 한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칼라하리 사막, 아마존 저지대 등지의 부족집단과 후기 산업사회의 도시 상류 계층, 남아메리카 판자촌의 하층민을 비롯해 영장류, 포유류, 곤충 등 다양한 집단의 사례를 수집, 분석했다. 저자는 모성본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수줍은 여성과 자기희생적 모성이라는, 여성을 바라보는 가부장적인 편견에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여성도 모성도 천편일률적인 게 아니라, 상황과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출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모성은 자기 희생은커녕 '주도면밀한 전략가'에 가깝다. 당장 지금의 번식 기회와 미래에 찾아올 더 나은 번식 조건의 기회 사이에서, 혹은 한정된 자원을 새끼 모두에게 나눠줄 지 똘똘한 몇몇에게 집중 투자할 지를 두고 모성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계산하는 모성에 대해 저자는 "그저 맹목적인 양육자가 아니라 기업가적 제왕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저자는 "배우자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암컷들로부터 자신의 새끼를 무사히 잘 길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 즉 '야망'이 다양한 부족집단과 동물 사회에서 발견됐다"고 밝힌다. 그동안 여성의 야망은 '좋은 엄마'와는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오히려 이것이 어머니의 본질적인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다양한 조사를 근거로, 모성에 대한 '구식 사고'를 버리고 찾아낸 '현실의 어머니'는 이렇다.생계와 양육을 병행하면서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투자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성(父性)을 교란하며 양육에 도움이 되는 대행부모(alloparentㆍ부모 이외의 양육 조력자)를 곁에 두는 등 여러 목표를 추구하는 능동적인 전략가. 현대사회의 '일하는 여성'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될 지침들이 풍부하다. 연구사례가 많아 책이 두꺼운 편이다. 4만3,000원.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