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들 마저 관망세로… "거래공백 당분간 지속될 것"

[아파트 거래실종 쇼크]
여름 비수기 진입 부담속 상황 반전 모멘텀도 부재
바닥확인까진 시간 걸릴 듯



지난 5월 서울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 거래량이 예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60~70%나 급감한 것은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택보유자들이 사실상 매도를 포기하는 등 거래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아예 관망세로 돌아섰고 집을 팔려던 사람들도 뚝 떨어진 가격에는 도저히 팔 수 없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정상적인 거래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실종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시장의 방향을 상승세로 이끌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설 수요자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주택시장의 비수기인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시장에는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가격하락-거래실종의 악순환 우려=아파트 거래량은 일반적으로 가격과 정비례 관계를 갖는다. 거래가 늘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거래가 줄면 값이 떨어진다.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격보다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는 데 훨씬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에서 수요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아파트 거래량은 시장 상황의 변화를 알려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보통 가격에 선행해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 만큼 거래량 급감은 추가 가격 하락의 전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 매수세마저 사라졌다=최근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한달 동안 서울 집값은 0.72%, 신도시는 0.82%, 수도권은 0.65%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송파ㆍ양천구의 하락률이 각각 1.59%, 1.43%로 평균치보다 더 떨어졌다. 수도권 신도시의 하락폭은 더욱 가파르다. 같은 기간 파주시가 1.61% 떨어진 것을 비롯해 용인시 1.32%, 고양시 1.24%, 과천시가 1.13% 하락해 하락폭이 수도권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5월 거래량이 급감한 것도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들마저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추가 하락에 대한 시그널이 거래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에 대한 괴리감이 너무 커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닥 확인까지는 시간 더 걸릴 듯=2009년 1월 서울 지역의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1,730만원선. 지금은 이보다 100만원 이상 높은 1,820만원선에 매매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이미 하락폭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지만 서울 지역의 경우 아직까지 바닥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6월 말을 기점으로 전통적인 주택시장의 비수기인 7월과 8월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3ㆍ4분기가 지나고 가을 전세시즌이나 돼야 거래가 조금씩 회복되기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당분간 조정국면이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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