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한미FTA, 최고가 아니라면 최선으로

뉴욕타임스 7월 12일자

미국 의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번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이 얻는 혜택이 조지 부시 행정부가 열성적으로 강조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자 미국의 7번째 교역상대국인 한국과 최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호간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자유무역’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와 노력을 지속한 데 비해 결과는 실망스럽다. 우선 부시 행정부는 글로벌 무역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범대륙권에서 체결된 FTA에 적극 나서기보다 파나마ㆍ모로코 등에 국한된 양자 FTA에만 주력했다. 이러한 양자 FTA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는 글로벌 자유무역을 저해할 뿐 아니라 두 나라 간 정해진 FTA 규율이 세계 무역시장에선 복잡하게 뒤엉킬수 있다. 또 이번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의회에서 빚어진 충돌은 반무역 정서를 확산시켰다. 자유무역이 일자리를 창출할진 몰라도 먼저 주목받는 측은 이로 인해 기존 직장을 잃게 될 사람들이다. 앞서 지난 1일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연장을 거부해 페루와 파나마와의 FTA 비준마저 가로막은 것을 보면 이는 경제 문제라기보단 정치적 사안에 가깝다. 민주당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가 한국이 자동차시장을 완전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정작 미국 시장은 한국 자동차 수출업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를 보면 그렇다. 물론 미 자동차 시장은 한미 FTA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잃은 만큼 얻는 것도 많다. 한미 FTA는 그간 외자기업에 폐쇄적이었던 한국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할 뿐 아니라 농업 종사자들은 포괄적 범위에서 미 농산품의 즉시관세철폐가 적용됨에 따라 수출에 큰 수혜를 입게 된다. 민주당은 자동차 업계의 이익 대변으로 표는 더 확보할수 있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행보 대신 자동차 업계를 포함해 자유무역으로 손해를 볼 이들을 위한 보호망 마련에 힘쓴다면 미국 경제에 더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부시 행정부가 협력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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