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61) 전 의원이 몰라보게 수척해진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은 채 조문객들을 맞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 전 대통령을 탄압ㆍ박해한 군사정권의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김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인 지난 18일 저녁 빈소에서 아버지의 영정에 꽃을 바치려고 했으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이번에도 불편한 몸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악화된 9일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세 차례 병원에 들렀다는 후문이다. 1996년 총선 때 목포에서 당선된 뒤 2004년까지 내리 3선을 한 김 전 의원은 의정활동을 할 때도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기는 했으나 넉넉한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최경환 김 전 대통령 비서관은 19일 브리핑에서 “5ㆍ18 내란음모사건 때 중앙정보부가 ‘(DJ는) 빨갱이’라고 불어라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몸을 던져 허리 등을 많이 다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김 전 의원의 건강에 대해 “침대에 누워 생활해오다 최근에 좀 좋아져 앉아서 생활하지만 거의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나 임종 순간에는 “아버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둘째 아들인 김홍업씨는 “아버지 용서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의 자식사랑은 각별했다. 홍일씨 등 가족들까지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정치역정으로 자식들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김 전 대통령 측은 이희호 여사에게서 고인이 입원 전까지 쓴 상당 분량의 일기를 전달 받아 내용을 정리한 뒤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 비서관은 “이 여사가 아주 귀중한 자료를 줬으며 저도 읽어보고 감명받았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