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넘겨도 3월까지 또 한차례 고비/정부 “대출창구 열라”요청 은행들 외면첩첩산중이다. 당장 연말까지 사흘간 어떻게 버티느냐가 일차 관건이고 이를 넘기면 내년 3월까지 또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우선 연말까지 사흘간, 이후에는 내년 3월까지 3개월동안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최대 과제다.
림창렬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연일 은행장들을 소집, 기업대출창구를 열라고 채근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애써 못 들은체 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최근 개인대출에 대해서도 연말까지는 힘들고 새해 연초에, 그것도 만기 1년이 아닌 3개월짜리로 대출해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때문이다. 은행들은 연말과 내년 3월말 두차례에 걸쳐 자기자본비율을 국제기준(8%이상)에 맞춰야 한다.
림부총리는 금융기관 통폐합대상 선정 기준이 내년 3월말 자기자본비율인 만큼 연말 자기자본비율에 신경쓰지 말고 기업대출을 해주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연말 자기자본비율이 내년중 해외영업의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림부총리의 요청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내년 3월말의 자기자본비율은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평가충당금을 1백% 쌓은 상태에서 계산되어야 한다. 연말 자기자본비율의 경우 유가증권평가충당금은 50%만 적립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내년 3월말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앞으로 3개월동안 은행대출이 극도로 억제될 전망이다.
게다가 이달들어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통화규모도 적지 않았던 점도 연말 자금사정을 극도로 악화시킬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기관 유동성 지원을 위해 공급한 통화를 연말까지 환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조기자금지원 조건으로 한은의 통화환수를 명시해 실제로 통화환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CNN방송은 한국이 IMF의 추가 요구사항을 준수할 경우 일부 은행이 사실상 부도상태에 직면할 것이고 오는 31일부터 2∼3개은행이 영업정지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현재 본원통화 공급규모가 IMF와 합의된 목표수준에 근접해 있어 급격한 통화환수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며 일부 은행이 부도위기에 처할 것이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앞으로 남은 사흘동안 통화환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31일 회사채 만기도래분이 2조5천억원규모에 이르고 있어 연말 무더기 부도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또 내년 통화공급량은 올해의 63%수준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그럭저럭 연말 고비를 넘기더라도 내년은 더욱 힘든 한해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리수준은 당분간 30%밑으로 떨어지기 힘들 전망이다. IMF가 콜금리를 30%이상으로 올리도록 요구했고 이에 따라 콜금리에 연동되는 당좌대출금리가 30%를 넘어섰다.
금리도 최소한 내년 3월까지는 30%아래로 내려가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갈수록 첩첩산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이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