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구리의 배짱

제6보(101~113)


구리는 하변에 뛰어들지 않았다. 흑1에서 7까지로 무식하게 자기의 집부터 확보했다. 얼핏 보기에는 초보자의 감각 같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것 역시 고수의 작전이다. 흑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백은 별수 없이 중원을 크게 둘러싸서 집으로 만들어볼 수밖에 없다. 구리는 백으로 하여금 열심히 울타리를 건설하게 만들었다가 차후에 그 안에 풍덩 뛰어들어 휘휘 젓겠다는 배짱이다. 행현연구회는 백2로 참고도1의 백1에 물러서는 것이 정수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흑2면 백3으로 또 물러선다는 것. 이 코스가 실전보다는 나았던 것 같지만 그것으로도 백의 형세가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흑13으로 가만히 뛰어나간 수는 아마추어들이 본받을 만한 행마의 요령이다. 참고도2의 흑1,3으로 우변을 확보하고 나서 비로소 5로 뛰어나가는 것이 더욱 멋져 보이지만 백에게 2와 4로 호구를 허용하는 것은 이적행위의 의미가 있으므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다른 한 판의 준결승은 천야오예 5단과 조선족 출신의 박문요 5단 사이에 두어지고 있었다. 천야오예는 1989년생, 박문요는 1988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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