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아름다운 사람

인사동은 부채와 골동품, 장식품, 먹을거리 등등 우리나라 전통을 알리는 거리로 유명하다. 외국잡지에도 자주 소개돼 많은 외국인들 관광코스의 일부가 됐다. 이러한 인사동이 2000년도부터 전통문화용도의 작은 가게들의 퇴출과 대형건물의 잇단 개발 움직임으로 갤러리보다는 퓨전형식의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들어서면서 옛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인사동 하루 내외국인 일일 관광객을 업계서는 10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아진다. 그중의 주말이면 어김없이 거리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디자이너 윤호섭(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교수)씨의 `티셔츠에 그림그리기`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한다. 기자도 지난 10일 인사동이 회사와 가까워 잠시 찾은 거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2겹 3겹으로 둘러있으면서 아래 뭔가를 조용히 보고 있는 광경에 호기심으로 함께 구경했다. 한 어린아이의 작은 노란티셔츠가 캔버스가 돼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그 아이는 낯가림이 심한지 자기 옷을 벗겼다고 엄청나게 울었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 티셔츠에 그림이 그려지는 모습에 즐거워 하는 모습이었다. 물감은 자연의 녹색이 다 였는데, 바로 별과 달이 그려졌다.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보는이들에게는 신선한 감동으로 물결 쳤다. 웃는 낯으로 그림을 그리는 윤씨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웃집 아저씨나 할아버지 뻘 같은 편안함을 주면서 그의 작업에 순식간에 동화되는 즐거움을 준다. 윤씨의 그림작업은 쉴새없이 이어졌다. 인터넷을 서핑하던중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돼 왔다는 청년이 있는가하면, 주말이면 집에 있는 헌옷을 꺼내 이곳을 찾는다는 열성팬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종로쪽으로 뛰어가 흰티를 사오는 적극적인 외국인도 있었다. 길거리위의 그의 캔버스는 티셔츠가 다가 아니었다. 바지에, 손수건에, 부채에, 우산에 기쁜 마음으로 별과 달, 초록하트와 스마일, 돌고래를 그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무료로 길위에서 열리는 그의 인사동 출장은 지난 17일을 끝으로 올해 행사를 마쳤지만, 그의 그림을 받은 사람이나 옆에서 작업을 지켜본 사람들 모두에게 자그마한 기쁨과 희망을 주는 작업이었음에는 틀림없다. 특히 그의 홈페이지(www.greencanvas.com)를 들러보면 이 같은 작업들이 사진으로 모두 올려져 참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성경을 보면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물질에 약한 사람으로 얘기되는 아간이 있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탐심으로 자신의 가족들, 그리고 이스라엘 전체에 불행을 준 사람이다. 한사람의 죄악이 미치는 영향을 상상할 수 없다는 교훈을 접하면서 공동체에 속한 각자의 작은 행동조차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대목이다. 윤씨의 `티셔츠 그림그리기`는 한 사람의 영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은 디자인이 아름다운 자연환경보존에 엄청나게 기여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박연우(문화부 차장)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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