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가루가 목구멍 넘어가기 전에 돼지고기를 먹어야 할 것 아냐.' 일이 늘어질 때면 인쇄공들이 토해내던 불만이다. 납(鉛)을 녹여 활자를 만들던 시대가 지났으니 신문사나 인쇄소에서 납중독을 피하기 위해 마감 후 돼지고기를 굽는 풍경도 사라졌지만 여전한 곳도 많다. 광부들은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검은 가래를 삭이고 먼지구덩이에서 하루를 보낸 일용직 잡부들도 삼겹살로 목젖을 씻는다.
△과연 돼지고기가 분진에 효과적인지는 분명치 않다. 대체적으로 한의학계에서는 그 효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돼지기름 자체보다 신장 기능이 강해져 콧구멍이나 목구멍의 점액 분비를 촉진해 체내에 흡수된 황사며 납가루ㆍ탄가루를 포집해 내려보낸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흰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수많은 실험에서 돼지고기가 각종 중금속 오염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적지 않게 나왔다. 물론 반대 견해도 많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주 배포한 보도자료가 그랬다. '황사가 낀 날 삽겹살을 먹으면 목에 낀 먼지가 씻긴다는 속설은 근거가 없고 빨리 귀가해 몸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발표는 후자에 방점이 찍힌 것이지만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국민 건강을 우려해 청결을 강조한다는 것이 돼지고기와 황사를 끼워 넣는 통에 돼지 사육농가와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와 무관세 돼지 수입으로 가격이 폭락해 80가구의 사육농가가 도산 지경에 이른 마당. 뿔난 농민들은 한돈협회를 통해 '환경부가 돼지고기 소비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성명서를 냈다.
△논란은 국회까지 번졌다.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의 문제 제기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시의적절하지 않은 보도자료였다'며 사과했다. 논리 정연하게 질의에 나선 이 의원이나 실수를 바로 인정한 윤 장관이나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선의였다지만 농가 피해를 의식하지 않은 환경부의 경솔함이 윤 장관의 솔직함으로 덮였다. 남은 문제는 농가를 달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범정부 차원의 돼지고기 소비 진작 운동과 수급 조절책이 하루바삐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