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서두르지 않는 천야오예

제2보(11∼26)
○천야오예 9단 ●이세돌 9단 <제3회 비씨카드배 8강전>



천야오예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으면 진요엽(陳耀燁)이다. 매우 찬란한 이름인데 풍모는 젊은 시절의 오청원(우칭위엔)과 흡사하다. 이슬만 먹고 사는 전설 속의 사슴처럼 깨끗하다. 조선 말기의 국수 노사초가 일본에 건너가 소년 오청원을 보고서 그 풍모에 반한 나머지 귀국 후에 자기 아들을 바라보며 탄식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천야오예 역시 관상가들을 찬탄시키기에 족한 얼굴이다. 기풍 역시 오청원을 닮아 있다. 밸런스를 중시하고 타협에 능하며 전체를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 보동심도 탁월하여 때때로 이창호를 연상시킨다. 흑13은 이렇게 벌리는 것이 요령이다. 다소 허술하지만 백이 당장 침공할 수는 없다.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10까지 된다면 백의 실리보다 흑의 외세가 돋보인다. 흑17은 이세돌이 보여준 신수. "저는 처음 보는데요. 신수 같습니다."(최철한) 최철한은 이날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다. 흑17은 우변쪽으로 2선에 내려서는 것이 보통인데 이세돌은 상변쪽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실전처럼 둔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흑23, 25의 강수가 성립된 것도 흑17로 꽉 이은 효과라고 볼 수 있다. 흑23, 25는 검토실의 최철한이 정확하게 예측했던 수순이다. 최철한은 참고도2의 백4 이하 14로 수습하여 백이 충분하다고 말했는데 천야오예는 백26이라는 유연한 수로 응수했다. "전혀 서두르지를 않는군요. 어린 친구가 내공이 대단해요."(최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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