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에너지소비 구조조정

원유 한방울 나지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상승은 백해무익이다. 원유수입대금이 늘어나면 경상수지흑자가 줄어드는데다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겨우 상승세를 탄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에너지사용을 절약하는 길외에는 묘안이 없다.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올상반기 국내의 에너지 소비량은 IMF이전인 97년 상반기를 웃돌고 있다. IMF쇼크와 유가상승에도 에너지과소비 체질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더욱 고질화되어온 것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석유파동이후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와 산업구조개편을 추진, 경제성장률 대비 에너지소비 증가율을 크게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선진국에 비해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더 적은 국부를 만들어내는 비효율과 낭비를 면치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 대기업들이 방만한 투자와 과도한 부채로 선진국 기업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기업의 과도한 부채비율이 환란의 도화선이 됐다면 우리 경제의 과다 에너지사용체질은 선진경제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과도한 부채구조가 수술대위에 오른 것처럼 에너지 과소비체질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야 한다. 지금은 에너지소비 구조조정의 절호의 시기다.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창 진행중인 사업부문 매각, 중소·벤처기업육성 등 다른 구조조정과 맞물릴때 에너지절약을 위한 산업구조개편도 훨씬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에너지절약시책은 장기적인 구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석유위기 이후 유가등락과 관계없이 에너지절약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선진국들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에너지과소비를 막으려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에너지 관련세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제품에 대한 주행세의 강화도 검토할 만하다. 에너지세제개혁으로 물가상승과 성장률의 소폭인하 부담은 있을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더 높일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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