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피곤한 기색

장기 해외순방 여독 덜 풀렸나
외교정책 혼선 비판등… 순방 이후 안팎 난제도 피로감 더한 원인인듯

20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보고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다. 2주간의 장기 해외 순방을 끝낸 때문인지, 대통령의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것마냥 잔뜩 잠겨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건강이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독이 좀 덜 풀린 것 같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주 대통령의 일정도 조금은 느슨하게 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순방을 끝낸 영향도 크겠지만, 순방 이후 안팎에 겹쳐 있는 난제들도 피로감을 더해주는 것같다. 업무에 복귀하자 마자 일본과 호주의 대북 제재 착수가 이어지고 성공적으로 자평했던 한미 정상회담마저 회의적 목소리들이 불거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내 북한 계좌 조사의 조기 종결 요청설과 관련한 주미 대사관 고위 관계자의 발언과 함께 터진 외교 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도 불편함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BDA 조사 조기 종결 요청발언은)이 대사가 회의 내용을 갖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며 “일각에서 거론됐듯 대통령이 이 문제로 ‘격노’한 적은 없다”고 문제의 ‘봉합’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선 그리 유쾌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국무부 관리가 지난 19일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와 2000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에 따라 해제했던 대북 인적교류, 교역, 투자 제한을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북 추가 제재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것도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내치(內治)도 신통치 않다. 무엇보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형국이란 점이 골칫거리다. 전 헌재소장의 임명동의안 처리절차상의 법률적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전효숙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내기로 했지만, 사태가 단시일내 갈무리되기를 바라기는 힘들 듯하고 어찌 됐든 국회 인준이 세차례나 무산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위도 훼손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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