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을 빼기 위해 단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단식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단식을 감행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런 가운데 단기간의 단식이 장기적으로는 인체에 큰 해를 끼치기 보다 칼로리 제한에 따른 질병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10일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팀(제1저자 이경호)이 국제학술지 `발암(Carcinogenesis)'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단식원에서 단식을 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신체지표를 검사한 결과 체중 감량을 위한 단식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신체 이상을 나타내는 지표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칼로리 제한에 대한 건강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동물이 이용된 적은있었지만 실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단식원을 방문한 15~18세의 건강한 여성 52명(평균나이 28세)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단식원을 방문한 날과 단식을 마치는 날에 각각 소변과 혈액을 채취해 검사했다.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단식일은 7.2일(3~11일) 이었으며 감량된 체중은 평균 4.28㎏이었다.
검사결과 건강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소변 내 산화 손상 지표인 MDA(지방질 산화손상 지표)는 단식 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단기적으로는 단식이 오히려 체내 산화 손상을 감소시킨 셈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산화손상 지표인 `8-OHdG(DNA손상 지표)'와 `DNA부가체(edA)' 검사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비만의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혈청 내 `렙틴'의 경우는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특히 일부에서는 오히려 단식 후 소변 내 발암물질의 농도가 감소했으며, 이러한 효과는 비흡연자에게서 더 뚜렷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단식을 마친 후 최소 1개월 가량 시일이 지난후의 신체 지표 변화를 측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식의 효과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보였다.
강대희 교수는 "이번 연구만 놓고 보면 단기간의 단식이 체내 산화 손상을 감소시키고 DNA 손상도 없었지만 이를 단식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대규모 연구를 한다면 단식 등의 칼로리 제한이 질병예방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