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가 강의계약을 위반할 경우 학원 측에 주겠다고 약속하는 위약금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학원 강사는 법률상 근로자이므로 근로기준법상 '위약금 계약 금지 조항'의 보호를 받는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30부(조한창 부장판사)는 공인회계사·세무사시험 학원업체인 A사가 정모(40)씨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정씨와 A사 사이의 위약금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011년 회계사·세무사시험 전문강사인 정씨는 A사와 강의료의 50%를 지급 받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강의를 하지 않거나 다른 학원으로 이적할 경우 위약금 2억원을 내는 내용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다른 강사들이 학원을 떠나 강의 사정이 나빠지자 강사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종합반 강의가 불가능해졌고 수입이 감소한 정씨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경쟁 학원업체인 B사로 옮겨갔다. A사는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학원을 그만둔 데 대해 위약금 2억원 등을 내야 한다며 정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세무사로 다른 추가 수입을 올렸고 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한 바가 없기에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씨는 학원에서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강사료 명목의 임금을 받았다"며 "학원에서 지정하는 장소와 시간에 강의를 제공했고 학원 운영과 강의 개설 등을 계획한 주체는 A사"라며 정씨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학원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약금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덧붙였다. 다만 강의 교재를 다른 곳에서 출판하지 않기로 한 계약은 유효하다고 보고 손해배상금 2,560만여원을 A사에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12월 1심은 정씨가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계약을 유효로 인정하며 위약금과 손해배상금을 포함한 2억2,560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