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7] <1> 좌담회

"경제 '생존비전' 제시할 지도자 뽑아야"
"정책선거 실종됐지만 후보들 대안 살펴봐야"


[선택 2007] 좌담회 "경제 '생존비전' 제시할 지도자 뽑아야""정책선거 실종됐지만 후보들 대안 살펴봐야" 정리=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참석자=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이달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주인기 한국경영학회장(가나다순) 관련기사 • "선진국 진입, 차기 정부에 달렸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슈퍼캐피털리즘 시대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는 비전을 가진 지도자를 뽑아야 합니다.” 서울경제가 기획시리즈 ‘2007선택,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시작하면서 대선과정에서 다뤄져야 할 경제어젠다를 도출하기 위해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한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이달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주인기 한국경영학회장 등 각계 인사들은 “세계 경제는 종래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경제 속에서 우리의 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생존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대선은 후보들의 공약이나 철학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영합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며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의 비전과 가치관이 국민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들은 각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대안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곤 원장=대선정국 초기에는 정책선거 분위기가 잡혔지만 최근에는 정책선거가 완전히 실종됐습니다. 선거캠프의 사람들은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표를 모으기 위한 ‘나쁜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기 회장=대통령중심제에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국가의 가치관, 문화, 경제기조가 바뀌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동안 정책적인 요소가 아닌 지역연고 및 개인적 성향에 따라 선택했던 대통령들이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한 것을 수차례 경험했습니다. 후보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과거의 경력이 각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과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김종석 원장=진정한 의미의 정책대결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전은 대동소이한데 저쪽에서 6% 성장하겠다고 하니 이쪽은 7% 성장하겠다는 식입니다. 이런 것을 정책대결로 여기는데 이는 영합주의 대결이고 퍼주기 대결에 불과합니다. ▦주 회장=어떤 조직이든 후계구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적 기업인 도요타는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200여명을 선정한 후 엄격한 검증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CEO를 선발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에는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후보가 등장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기영합주의나 지역주의가 먹혀 들어가는 것이죠. 이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이 원장=외환위기 이후에는 사회를 재정비하는 시기였습니다.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배와 이념 등의 문제가 돌출됐습니다. 이번 대선은 이런 실험을 5년 더 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방향을 틀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국민들은 과거 정리보다는 전지구적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슈퍼캐피털리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지향형 어젠다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 회장=우리는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너무 뒤떨어져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시장경제ㆍ민간경제의 틀을 이미 잡아놓고 있습니다. 이 안에서 효율성을 논의하는 단계에 와 있지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우정국을 민영화하면서 큰 홍역을 치렀는데 이는 단순한 민영화가 아니라 일본의 의식구조 자체를 바꾸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 이후 일본 사람들을 만나보면 의식이 상당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제 국가의 중요한 일도 민간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세계 추세는 정부주도가 아니라 민간시장경제가 대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주도형 선택을 하는 것은 세계 경쟁에서 너무 뒤처지는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은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야 합니다. ▦김 원장=좀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봅시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영합주의자들의 거짓말입니다. 일자리 문제의 경우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보호가 중요한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더 필요한지 결정해야 하는 문제죠.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결국 영합주의에 불과합니다. ▦이 원장=방법론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후보들은 모두가 성장을 얘기합니다. 그러나 어디서 성장을 찾을 것인가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조선이나 자동차ㆍ항공ㆍ철강ㆍ반도체ㆍ휴대폰 등 우리가 잘하고 있는 산업을 더 첨단화하는 것이 성장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바이오 등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잘 살려가느냐가 중요합니다. 부동산 정책 역시 구체적인 방안은 없고 영합주의적인 구호만 남발되고 있습니다. ▦주 회장=부동산과 더불어 반드시 제기돼야 할 문제가 바로 교육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교육 때문에 가족들이 헤어져 사는 나라는 없습니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창조적인 인적 자원을 양성하기 위한 구조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일관성 있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과거 교육문제를 부동산 등 다른 문제들과 연계했던 적이 있는데 이런 식은 더 이상 안 됩니다. 후보들은 ‘기러기 아빠’를 없애기 위해 어떤 정책과 비전이 있는지를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이 원장=개혁은 피곤하지만 불가피합니다. 정부가 가장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정부개혁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최고권력자로부터 방임적으로 비호를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졌어요. 위원회를 비롯한 기구가 너무 많잖아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정부 내 기구는 다 생긴 것 같아요. 참여정부에서 양산된 정부구조를 슬림화해 탄탄한 근육질의 구조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김 원장=맞습니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국가경영을 위탁받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오히려 국민이 정부에 포획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비대해졌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정부 관리를 위탁받은 최고경영자(CEO)라는 생각을 갖고 정부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이 원장=대북관계도 다음 정부에서 큰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스스로 변화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어요. 이런 시기에는 남북문제를 어떻게 적절히 관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정치적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죠. 국제적인 이해가 복합적으로 얽힌 남북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국제적인 감각도 있어야 합니다. ▦주 회장=글로벌화가 진척되면서 앞으로 국가경쟁력은 결국 도시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가 대 국가의 경쟁보다는 도시 대 도시의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2,000만명 정도가 모여 사는 서울ㆍ뉴욕ㆍ상하이ㆍ런던ㆍ파리 등 대도시의 경쟁력 확보가 관건입니다. 이들 도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부의 창출에 얼마나 기여하느냐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경쟁력 있는 대도시나 수도권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 원장=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ㆍEU FTA 등 개방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합니다. ▦주 회장=한미 FTA는 국회가 비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비준이 안 된다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FTA를 통해 개방경제를 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변화를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합니다. 보조금 지급 등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미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향 제시가 필요합니다. ▦김 원장=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다양한 테마들에 대해 각각의 잣대를 갖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영합주의로 흘러 손쉬운 선택을 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서울경제의 기획시리즈가 국민들의 선택을 보다 신중하게 하고 어려운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입력시간 : 2007/11/25 18:09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