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율 인상조치, 강남ㆍ신도시 아파트값 되레 올려

정부의 부동산 양도세율 인상조치가 오히려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비인기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일부 하락해 정부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투기세력이 아닌 서민의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31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양도세 강화 발표이후 지난 2~3일새 서울 강남렐?珂맛?주요 아파트 매도호가가 500만~1,500만원 가량 뛴 것으로 조사됐다. 매도자들이 양도세 인상률 만큼을 미리 매도가격에 포함시켜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는 것. ◇지역간 아파트 가격격차만 심화시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 기간 중 값이 1,000만~1,500만원 상승, 31평형의 매도호가가 6억6,000만~7억2,000만원에 이르렀다. 인근 우성1차 41평형도 8억1,000만원이던 상한가격이 양도세율 인상 발표 후 8억2,000만원까지 뛰었다.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재건축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값이 500만~1,000만원 상승, 반포주공1단지 22평형은 6억5,000만원에도 매물 구하기 힘들 정도다. 신도시의 사정도 비슷하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현대의 경우 전 평형에 걸쳐 값이 500만~1,000만원 올라 47평형의 매도호가가 5억7,000만~6억4,000만원에 이르렀다. 또 부천시 중동 꿈건영아파트도 전 평형에 걸쳐 500만원 이상 값이 뛰는 등 가격강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비인기지역의 아파트 값은 소폭 하락하거나 제자리 걸음을 쳤다. 이로 인해 지역간 부의 격차가 벌어질 우려를 낳고 있는 것.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의 경우 전 평형에 걸쳐 값이 250만~500만원 하락, 33평형 가격이 2억2,000만~2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구로구 신도림동 현대 33평형도 2억4,500만원이던 하한가격이 2억4,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정부 정책에 회의론만 유발= 강남권 등에서 아파트 값이 뛰는 것은 정부조치가 매물난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일부 부동산전문가들은 이번 양도세 강화조치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매도자들은 오히려 매도물건을 거둬들이는 등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 대치동 로얄부동산의 서인재 사장은 “가뜩이나 구하기 힘들었던 매물들이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더 줄어들었다”며 “이에 비해 매수주문은 인근 중개업소 1곳당 4~5건씩 밀려 있어 가격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계약 직전 매매를 취소하는 매도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분당 서현동 분당공인의 홍현진 사장은 “지난 2~3일새 4건의 매매계약이 거래직전 매도자의 매물 철회로 취소됐다”며“주변의 다른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아파트 값을 더 올릴 것이란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고 있는 탓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지난해부터 양도세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부동산 조치가 잇따랐지만 2~3개월이 지나면 아파트 값이 뛰는 현상이 반복됐다”며“매도자들은 이번에도 몇 개월만 지나면 다시 값이 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매도시기를 오히려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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