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훔쳐보기] 상임위원장이 뭐길래…진통 끝 확정

월800만원 수당에 지역구 예산배정도 유리… 경쟁 심해
전문성·당내 파워가 변수로 작용… '다선·나이 위주 낙점' 관례 깨져
위원장 1년씩 돌아가면서 맡기도


여야가 19대 국회 후반기 18명의 상임위원장(예산결산특위와 윤리특위 포함) 인선을 19일 완료했다. 새누리당이 10명, 새정치민주연합이 8명이다.

상임위원장은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하는 권한을 갖고 지역구 예산배정에서도 유리하며 월 700만~800만원의 짭짤한 수당도 받게 된다.

그동안 상임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3선 의원 위주로 나이순으로 각자 희망을 받아 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나이보다는 전문성이나 당내 파워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경선을 불사하거나 1년씩 위원장을 돌아가면서 맡기로 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야당 몫 상임위원 중 '상원'격인 법사위의 경우 이상민·김동철 의원의 경쟁이 치열했으나 나이가 적지만 변호사인 이 의원이 낙점됐다. 이 의원은 그동안 사법개혁에 힘을 보태 검찰·법원 개혁을 중시하는 박영선 원내대표와 정책코드가 맞았다. 박 원내대표는 18대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으로서 사법개혁에 매진했었다. 법사위원장에서 밀린 김 의원은 2지망으로 써낸 산업통상자원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산업위가 인기 상임위여서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으나 2년 임기 중 1년만 하기로 했다. 나머지 1년은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석패한 노영민 의원이 맡기로 했다.

도시 의원들이 선호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설훈·박주선 의원이 경합했으나 나이는 고려되지 않았다. 설 의원이 3선 내내 교육위에서 활동하며 교육개혁에 주력해 먼저 1년을 맡고 나머지 1년은 박 의원에게 넘기기로 했다. 박 의원도 내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와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근거로 교문위원장을 고집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놓고도 김춘진·김우남 두 농촌의원이 맞붙었으나 농식품위에서 잔뼈가 굵은 김우남 의원으로 낙점됐다. 김춘진 의원은 3선을 하면서 보건복지위와 교육과학기술위·농식품위에서 모두 전문성을 쌓아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교문위와 산업위에서 3선 의원 4명이 1년씩 번갈아 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 재선 여성의원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다. 다만 기피 상임위 중 하나로 꼽히는 환경노동위(김영주)와 비중이 낮은 여성위원회(유승희)가 배당됐다.

노른자위로 꼽히는 국토교통위원장에는 박기춘 전 원내대표가 무난히 입성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와 가까운 박지원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앞서 새누리당은 2곳의 상임위에서 5월29일 경선을 치렀다. 정무위원장을 놓고 정우택 의원과 김재경 의원이 경선을 벌여 정우택 의원이 당선됐다. 김재경 의원은 당초 안행위원장 물망에도 올랐으나 결국 비중이 낮은 윤리특위원장으로 밀렸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경선이 치러져 친박주류인 홍문종 의원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에 반대해 올 초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내놓은 진영 의원을 눌렀다. 대신 진영 의원은 안전행정위원장에 배정됐다. 홍문종 의원은 7·14 전당대회에도 출마해 '상임위원장이 최고위원을 겸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당의 한 의원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퇴조 현상으로 위기감이 컸던 친박주류들이 홍문종 의원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장에는 비주류인 이재오 의원이 희망했으나 친박주류인 유기준 의원이 내정됐다. 권한이 세지는 예산결산특위위원장에는 영남 출신이 돌아가면서 했으나 이번에는 충청 몫으로 홍문표 의원이 낙점을 받았다. 이밖에 기획재정위원장은 정희수 의원, 국방위원장은 황진하 의원, 정보위원장은 김광림 의원이, 운영위원장은 당연직으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각각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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