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달부터 새지폐 유통 5兆엔 검은돈 모습드러낼듯

금·해외투자 등으로 선회 가능성

다음 달부터 일본에서 새 지폐가 유통된다. 이에 따라 지하경제에 숨어 있던 5조엔의 현금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의 금이나 해외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11월1일부터 위조가 어렵도록 디자인을 혁신한 지폐를 보급할 예정이다. 새로 유통되는 지폐는 1,000엔, 5,000엔, 1만엔 등 모두 3가지다. 일본정부는 새로운 지폐와 함께 기존 지폐도 유통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새 지폐가 자리를 잡으면 기존 지폐는 자연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20년 전인 지난 84년에도 지폐디자인을 바꿨는데 새 지폐가 유통된 후 헌 지폐는 2년만에 모두 자취를 감췄다. 일본 통화당국 새 지폐가 유통되면 약5조엔의 검은 돈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유통되는 지폐는 모두 81조원이다. 다이이치(第一)생명보험연구소의 카도쿠라 다카시 수석연구원은 “햇빛을 피해 숨어있는 지폐는 약5조엔으로 전체 유통물량 가운데 약6.2%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막대한 현금이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은 탈세, 돈세탁 등을 위한 지하자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금융불안우려로 상당수 국민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다는 집에 보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보통 자금출처나 세금추징을 피하기 위한 경우가 많은 만큼 돈세탁차원에서 지하자금이 새로운 투자수단을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지폐 가운데 상당액은 주로 금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은 투자자의 신분을 감추기 쉬울 뿐만 아니라 가치변동이 작아 안정적인 투자수단이기 때문이다. 카도쿠라 수석연구원은 “지하에 숨어 있던 자금은 주로 금,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조세피난처 등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이치생명보험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지하경제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4.5%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지하경제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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