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급속하게 치솟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원ㆍ달러 환율을 끌어올렸지만 엔화 값 급락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원70전 오른 달러당 1,061원90전에 마감됐다. 엔ㆍ달러 환율은 도쿄시장에서 오후3시 현재 전거래일보다 0.81엔 오른 101.88엔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ㆍ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42원30전으로 전거래일보다 6원68전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8년 9월12일(1,033원16전) 이후 최저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월말을 앞두고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했으나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소폭 반등(원화 가치 하락)했다.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 하락폭이 커지자 현 부총리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계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한 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원ㆍ달러 환율 상승 반전에도 불구하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양적완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엔화 가치를 더 가파르게 떨어뜨린 탓에 원ㆍ엔 환율은 연일 연저점 행진을 이어갔다.
원ㆍ엔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대 그룹(공기업 및 금융회사 제외) 소속 83개 상장사가 감사보고서에 공개한 환차손익 현황을 집계한 결과 올해 1ㆍ4분기부터 3ㆍ4분기까지 누적 순환차손(환차익-환차손) 금액은 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환차익으로 15조9,930억원을 벌었지만 환차손이 16조7,530억원이었다.
특히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LG전자ㆍ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들이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순환차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710억원에서 올해 2,890억원으로 환차손 규모가 커졌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440억원 순환차익에서 올해 2,190억원 순환차손으로 반전했다. SK그룹의 경우 지난해에는 3ㆍ4분기 누적 순환차익이 1,18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순환차손이 2,010억원이었다. LG그룹은 900억원 순환차익에서 2,820억원 순환차손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