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으로 풀어낸 ‘전통의 흐름’

서울 종로구 선 갤러리에서 재개관 기념전으로 `일랑 이종상 기념전`을 21일부터 6월 17일까지 연다. 이종상(65)은 오는 8월 서울대 교단을 물러난다. 모교 회화과를 졸업한 지 정확히 40년만에 교문을 나서는 것. 퇴임을 앞두고 일랑이 선보이는 작품은 `원형상(源? ◆?)` 시리즈 추상작품 60여점. 지난 10여년 동안 매달려온 이 연작은 종전의 `기(氣)` 시리즈와 함께 독창적 회화어법과 조형기법을 보여준다. 오는 8월에 서울대박물관에서 회고전 형식의 전시회를 열 예정이기도 한 작가는 이번에 1982년에 제작한 `기(氣)-독도`에서 올해 그린 `원형상-평화를`까지 20여년의 세월을 아우른다. 일랑은 많은 전통기법을 연구해 이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벽화기법, 장지기법, 닥지기법, 동유화 기법 등 새로운 양식의 창조로 우리 미술에 큰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작가는 한국미술의 원형이 벽화에 있다고 본 그는 특히 고구려 벽화에 주목했다. 고구려 벽화는 단순히 환쟁이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 위대한 화가이자 훌륭한 건축가였고, 정밀한 연금술사이자 심오한 철학자만이 고구려 벽화와 같은 작품을 후대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상은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전통의 단절이 너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고구려 벽화는 고려시대를 통과하며 사라졌고, 고려불화는 조선조 수묵화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조선의 미술은 다시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일본화의 영향을 받아 기진맥진했으며, 해방이 되자 일본화 전통은곧바로 퇴장했다. 기존의 한국화는 서양화의 위세에 눌려 여전히 기를 펴지 못했다. 일랑이 그동안 시도하고 실험했던 여러 가지 양식들은 바로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하고 영원성에 다가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재개관한 선갤러리는 종전의 2층짜리 건물을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현대적빌딩으로 탈바꿈시켰다. 모두 300여평의 전시면적을 확보, 아트숍과 아카데미 공간등을 보유해 아트상품 판매와 미술교양강좌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02)734-0458.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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