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에 적격인 4월이라 지난 식목일에도 어김없이 다채로운 나무심기 행사가 펼쳐졌다는 소식이다. 헐벗고 공해에 찌든 자원이 아니라 푸르고 아름다운 조국강산을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애틋한 나라사랑 정신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그럼에도 얼마전 보도를 통해 알게된 사실이지만, 건축 폐기물이 그대로 묻혀있는 곳에 나무를 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꽂았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며, 그 얕은 생각에 참으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자녀를 키우는것과 같이 심는 사람의 정성과 보살핌이 지극해야 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나무심기의 본뜻이 왜곡된 채 그저 남에게 한번 보이기식 행사로 전락되는 경우가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내용보다 형식에 치우치는 그릇된 사회통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곧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다보니 본말이 전도 된 것이다.
얼마전 필자는 베트남 재무장관의 초청에 따라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해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외국의 재무장관 초청이기에 응당 격식을 갖춰 관련 임원이 동행해야 했지만 나름대로 실제 업무추진의 효율성을 따져 베트남어를 구사하는 신입사원 1명과 실무 책임자 1명만을 대동했다.
그런데 실제 재무장관을 내방하여 업무를 협의하는 자리에서 우리 직원이 큰 잘못을 저지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실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베트남의 투자신탁 제도 도입및 합작 투신사 설립과 같이 매우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배석한 우리 직원이 협의 내용에 대한 정리라는 본연의 역할에 앞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부터 찍으려 드는 것이었다.
물론 이를 전적으로 우리 직원의 탓이라고 나무랄 수는 없다고 본다. 그 직원은 단순히 행사장면을 촬영하여 기록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협의내용에 대한 정리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며, 이는 조직생활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은연중 몸에 배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보다 형식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에 젖어있는 이가 다수라면 이는 국가 경쟁력제고 차원에서 볼 때 주요 결함요인이자 누수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형식의 문제는 비단 오늘에 와서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일찍이 조선시대의 「실학사상」에서 체계적으로 구현된 바 있다. 공허한 형식 존리의 팽배를 경계하고 구체적인 삶 속에서 실사구시를 추구했던 정약용 선생과 같은 실천 지식인들의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요즘같은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실제와 내용을 중시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긴요하다고 보며, 아무쪼록 온고지신의 지혜를 발휘하여 현실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실제에 대한 재인식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