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목동들로부터 처음 골프가 시작된 이후 최초의 골프볼이라고 불릴 만한 `깃털공(featherie)`은 약 600여년 전에 출현했으며 1800년대 중반까지 거의 400여년간 사용돼 왔다. 이 공은 가죽 주머니 속에 물에 적신 거위털을 촘촘하게 채워 넣고 꿰매 만든 것으로 거위털이 건조되면서 팽창해 탄력성이 좋은 공이 만들어졌다. 1836년 스코틀랜드의 한 귀족이 그 유명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드라이버로 361야드를 날렸다는 믿을만한 기록이 있으니 성능도 상당히 괜찮은 공이었음에 틀림없다.
이후 식민지에서 천연고무가 발견되면서 이를 이용한 `생고무공(Gutta Percha)`이 만들어져 비싸고 수명이 짧은 깃털공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점은 탄력이 훨씬 좋은 재료였음에도 불구하고 깃털 공에 비해서 거리가 안 나간다는 점이었다. 이는 깃털공의 꿰맨 실밥 자국이 현대 골프볼의 딤플 같은 작용을 했기 때문이었고 과학적인 근거 없이 경험적으로 땅에 긁힌 상처가 난 생고무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것을 점차 골퍼들은 깨닫게 됐다. 일부 솜씨 좋은 장인들은 못으로 생고무공 표면에 구멍을 냈고 구멍을 내는 패턴이 특허로 등록되기도 했다.
그 뒤 1890년대 후반 인조고무가 발명되고 나서 굴지의 타이어 업체인 굿리치타이어(Goodrich Tire)와 함께 현재 쓰이는 골프볼의 모태가 되는 투피스 볼이 개발됐고 동시에 볼 표면의 딤플도 정형화된 패턴을 가지게 됐다.
현대 골프볼의 딤플 디자인은 온갖 유체역학과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및 실험을 통해 개발되는 최첨단 공학 분야 중 하나이다. 원형에서 벗어나 오각형, 육각형 모양 딤플도 디자인되고 하나의 볼에 딤플 모양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제품도 시판되고 있다. 지금 가방 안에 굴러다니는 볼 하나를 꺼내서 자세히 쳐다보면 그 안에 녹아 있는 많은 엔지니어들의 땀과 함께 옛날 거위털 공의 바느질 자국이 함께 보일지도 모른다.
<공학박사ㆍ비즈니스 컨설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