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뒤에 투자銀 있다"

투자銀 수익원 다변화위해 기업사냥꾼과 손잡기 적극적
기업사냥꾼은 자금력에 법무지원까지 받아 공격력 배가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칼 아이칸 등 기업사냥꾼들의 ‘원군(援軍)’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은행들이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예전 보다 영향력이 커진 기업사냥꾼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따라서 기업사냥꾼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노련한 공격력, 법무 지원까지 받아 공격력이 배가 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헤지펀드 등 기업사냥꾼들 상당수가 기업을 공격할 때 투자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한국의 KT&G를 공격했던 아이칸은 미국의 타임워너를 공략하면서 미국계 투자은행인 라자드의 지원을 받았다. 라자드는 한국에서 소버린자산운용이 ㈜SK를 공격할 때 재무자문을 맡았던 투자은행이다. 라자드는 아이칸에 대한 자문의 대가로 수수료 500만달러(약 47억원)를 받았고 웬디스 주식 매입을 통해 700만달러의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웬디스 공략에 나섰던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털은 사모펀드 겸 투자은행인 블랙스톤그룹을 동반자로 선택했다. 블랙스톤은 퍼싱에게 웬디스에 대한 공격기술과 주총 제안방법 등을 조언해 주었고 이로 인해 웬디스는 도넛 체인을 분리시켜야 했다. 이외에도 ▦식스플래그를 공격했던 다니엘 스나이더 ▦액시온 코퍼레이션에 대한 우호적 이사 선임을 요구한 밸류액트캐피털 ▦서킷시티 스토어를 공략했던 하이필즈캐피털 등 기업사냥꾼들은 세계 10대 투자은행중 한곳인 UBS와 손을 잡았다. 이 같은 기업사냥꾼과 투자은행의 ‘공생’은 최근 기업공격에 대한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투자은행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자금력 부족으로 기업 공략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사냥꾼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성공률도 덩달아 올라갔고 영향력도 강해졌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던 투자은행들에게 이러한 기업사냥꾼들은 매혹적인 고객이 아닐 수 없다. 실제 UBS는 헤지펀드 등 기업 공격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기 위해 지난해 전담팀을 구성했고 일부 투자은행들은 금융 지원까지 약속하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사냥꾼에 대한 구애가 법무법인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의 기업사냥 전문 헤지펀드인 밀부르크캐피털의 클래이 리플랜더 사장은 “80~90년대 기업사냥꾼들은 자금을 원했지만 지금은 가치와 투자은행의 자문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맥더모트 윌앤에머리 LLP의 아틸라 보디 공동사장도 “은행들이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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