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40인치급의 LCD TV를 출시하면서 때아닌 삼성과 LG진영간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각각 40인치, 42인치를 내세워 본격적인 대형 LCD 부문 표준화 `일전'에 돌입한 가운데 양사의 영역 확대 힘겨루기 속에 중견 TV업체들들이 때아닌 `대리전'을 벌이게 된 것.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40인치 이상 LCD 부문에서 40, 46인치, LG필립스LCD가 37인치에 이은 42, 47인치를 각각 주력 제품으로 생산키로 한 가운데 최근 들어 LCD TV 대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견 LCD TV업체들이 각각 어느쪽 `말'을 타고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CD TV의 경우 제품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LCD 패널을 저렴한 가격에 수급할 수 있느냐 여부가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세트업체로서는 사실상 패널 공급업체에 상당부분 '종속'돼 온 것이 사실.
어느 진영에 속했는지가 공개적으로 노출되면 자칫 경쟁업체와의 관계에 문제가생길 수 있어 그동안 패널 공급 업체를 밝히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표준화 경쟁의 승부가 판가름 나지 않은 40인치 이상급에서는 이들 업체들이 생산하는 TV 인치만 보면 속해있는 진영이 윤곽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상황.
더욱이 현재로서는 40인치 이상 부문에서는 대만 등 후발주자들의 경우 가격경쟁력도 낮고 물량 자체도 적어 대부분 물량을 삼성과 LG가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LCD TV 가격 하락세를 주도해온 디보스는 지난달 중순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비체'를 런칭, 비체 브랜드로 40, 46인치 LCD TV를 내놓으며 삼성쪽에 섰다.
앞서 이레전자도 올해 5월 40인치 LCD TV를 출시, 대형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패널을 공급받아 세트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디지탈 디바이스, 덱트론, 에이텍시스템은 42인치 LCD TV를 선보이며 LG진영의 '세'를 과시하고 있고 우성넥스티어도 이달 중순께 일단 수출용으로 37인치 LCD TV를 내놓는데 이어 연내에 42인치급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의 경우 42인치 이상에서는 LG의 47인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이미지퀘스트도 하반기 안으로 40인치대 대형 LCD TV 신제품 출시 계획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인치에 대해서는 함구에 붙이고 있다.
수적으로 보면 삼성과 LG진영이 막상막하로 겨루고 있는 형국이다.
중견 LCD TV업체들로서는 패널 공급원인 삼성,LG 모두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데다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표준화 경쟁이 어느쪽의 승리로 일단락될지 가늠하기 힘들어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적지 않게 부담스러운 상황.
하지만 한편으로는 삼성,LG 모두 영토를 넓혀나가기 위해 개발 및 디자인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내세워 놓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패널공급 경쟁체제의 '이점'을 누리고 있는 부문도 없지 않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7-2라인에서도 1라인과 같은 유리기판 규격으로 40, 46인치를 주력 생산, 시장 조기 선점으로 주도권을 다진다는 전략이고 내년 상반기 7세대 양산을 앞두고 있는 LG도 37-42-47인치로 시장의 대세를 리드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한 중견TV업체 관계자는 "40인치 이상에서 한쪽의 패널을 선택했을 때 나머지 한쪽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더욱이 어느쪽이 표준화 주도권을 쥐냐에 따라 추후 패널 선택을 번복해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추가 비용 발생 및 시장 진입 시기 지연이 불가피해 여러가지로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