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삶 그리고…]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

최고 엔지니어 목표 부단한 노력 국내1위 팹리스업체 키워
"내 사전에 안주란 없다" 이직-유학등 다양한'편력'
카메라폰 CAP개발 고속성장 中서도 점유율 50%로 1위



국내 1위의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업체인 코아로직의 황기수(53) 사장의 사전에는 '안주'란 단어가 없다. 그는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기수'를 돌려 버릴 만큼 열정적이다. 첫 직장이었던 삼성반도체에서 금성반도체로 둥지를 옮겼을 때도, 유학(미국 텍사스대)길에 올랐을 때도,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원에서 국내(현대전자)로 복귀했을 때도 항상 그랬다. 맘에도 없는 일이 주어지면 관심 분야의 일을 맡기 위해 일터를 박찼고, 일이 능력에 부치면 공부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전자공학도로서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일터 편력' 끝에 결국 비메모리반도체설계(SoC) 분야에서 승부를 보기로 마음을 굳힌 게 지난 97년말. 현대전자에서 시스템IC 사업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최첨단 기술 동향에 눈을 떠가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비메모리분야가 메모리분야와 동반성장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Output)가 없어 소외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신기능에 국한됐던 휴대전화에 영상 등 데이터가 접목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했습니다"라고 황 사장은 회고했다. 사업 초창기에는 PC카메라와 지문인식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었지만 별다른 재미는 보지 못했다. 그러던 2002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에서 외장형 카메라폰이 인기를 끌면서 황 사장도 관련 연구에 몰입, 카메라폰 핵심부품인 CAP(Camera Application Processor)에 눈을 뜨게 된 것. 흔히 카메라 컨트롤칩으로 불리는 CAP는 새끼손톱 반 만한 크기의 칩으로 카메라센서에 입력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압축ㆍ저장, 휴대폰 화면에 띄워준다. 황 사장은 8개월여의 연구끝에 외장형 카메라폰 CAP를 개발, LG전자에 납품한 데 이어 내장형 카메라폰 CAP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진출했던 중국시장에 대한 황 사장의 기억은 각별하다. 당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ㆍSARS)의 위세가 워낙 등등해 경쟁 업체들은 중국시장에서 프로모션을 아예 포기했지만, 황 사장은 달랐다. 문도 안 열어주는 중국현지 고객들을 설득해 시장을 선점해 나간 것. 황 사장의 유별난 열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초기 시장 진입에서 한 발 앞서 나간 덕에 코아로직은 현재 중국에서 50%의 시장점유률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의 하이-엔드(최첨단) 휴대폰에 고마진의 멀티미디어칩(MAP)을 공급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굳히고 있다. 황 사장은 요즘 조직이 커가면서 '열린마음(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적 변화가 혁명에 가까울 만큼 빠른 카메라폰용 칩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연구 과정이 보다 투명해져야 하기 때문. 황 사장은 "반도체 설계는 팀제로 운영돼 연구원들이 연구과정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며 "만일 연구원이 실수에 대해 쉬쉬하고 그냥 넘어가면 제품의 오류를 잡는데만 3~6개월이 걸려 결국 경쟁에서 뒤쳐진다"고 말했다. 한편 황 사장은 올초부터 팹리스 업체를 회원사로 하는 IT SoC협회의 제2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디지털가전에서 앞서려면 부품 산업이 발전해야 하는 데 팹리스가 바로 부품 산업의 근간"이라며 "향후 200여개가 넘는 국내 팹리스 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선 글로벌 기업과의 M&A나 나스닥 등 자본시장 규모가 더 큰 해외증시로 진출이 더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PMP·MP3P등 비휴대폰분야 칩 공급 주력 ● 경영 계획 코아로직은 올해 고객을 더욱 다변화하는 한편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ㆍMP3플레이어ㆍ내비게이션 등 비휴대폰분야에도 칩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모델에 MAP가 공급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 쵸콜렛폰의 폴더형 모델에도 MAP가 채택,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율을 완화시켜 줄 전망. 특히 주력 제품이 CAP에서 고마진의 MAP(매출 비중 70%)으로 성공적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2분기 영업이익률은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19%를 기록했다. 비휴대폰 분야의 경우 올 연말부터 관련 제품의 프로모션에 들어가 오는 2008년께 전체 매출에서 15%, 이듬해에는 20~3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황 사장은 "오는 2010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선포했다"면서 "현 아이템만으로는 5,000억원이상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휴대폰에 들어가는 다른 칩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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