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생명보험사들의 신용등급을 반영한 보험가입 제한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신용에 따라 보험가입을 허용하던 방침을 백지화하는 대신 실효나 해약 등 다른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각 생보사에 개인 신용등급만을 기준으로 보험계약의 인수를 제한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보험 가격 산출 원칙에도 어긋나고 보험가입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권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신용등급 10등급에 한해 보험금을 3,000만원으로 제한해온 삼성생명과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교보ㆍ알리안츠생명 등도 이 방안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신용등급 반영에 제동을 건 것은 개인 신용등급이 신용상태와 채무이행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에 불과할 뿐 보험 사고의 발생과는 구체적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료율 산출의 기초 자료인 생명표에도 신용등급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보험 인수 심사를 할 때 보험 가입자의 신용등급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가능성 등 보험 가입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자료로만 선별적으로 이용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는 감독당국의 지도방침을 수용하는 대신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신용등급 반영을 철회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에 신용등급 반영은 중단할 방침”이라며 “다만 기존 고객들의 거래내용 가운데 얼마나 실효가 많았는지 혹은 해약된 사례는 있는지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생명은 이달 초 보험가입 심사 때 개인 신용등급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고객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것으로 평가,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