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늦춘다

온실가스 감축효과 크지 않고 국내업계 수천억대 피해
■ 서울경제신문 '국책硏 공동보고서' 입수
정부, 내년 1월 실시 앞두고 "모든 가능성 열고 검토할것"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당초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 자동차 업계에 끼치는 피해는 판매액 기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을 미루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저탄소차협력금의 경제적 효과' 연구용역 중간결과에 따르면 내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자동차 판매는 각각 3,800대, 1,500대씩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 오는 2015~2020년 기준 16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는 50만톤 수준으로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 도입에 따른 득(得)은 기대치보다 낮은데 이에 따른 실(失)은 예상보다 큰 셈이다.

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올해 초부터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따른 경제효과 분석작업을 실시해왔다. 3개 국책연구원은 이달 초 중간결과를 기획재정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부처에 제출했다.

당초 이 제도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국내 자동차 업계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을 연기한 바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 4월까지 조정안을 확정해 본격 시행을 준비할 계획이었지만 업계를 대변하는 산업부와 환경부가 충돌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제도시행 유예 방안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공동연구팀의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이르면 6월 중순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자동차 업계는 내년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제도는 1,000만원대 국산 경·소형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부담금을 무는 반면 3,000만~4,000만원대 수입차량 구매자들은 50만원 내외의 보조금을 받는 형태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디젤차를 앞세운 독일과 앞선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한 일본이 절대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시행 유예가 최종 결정되면 관련 규정을 폭넓게 해석해 별도로 법령을 고치지 않고 시행시기를 늦출 방침이다. 또 예정대로 시행하더라도 대당 최대 700만원까지 지급 또는 부과하는 부담금과 보조금을 모두 낮춰 자동차 업계의 충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많이 배출하는 차를 사는 구매자에게는 부담금을 물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도. 지난해 근거 법률인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공포돼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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