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관청컴퓨터 `뇌물납품`

세계최대 컴퓨터 회사인 IBM의 한국 현지 법인인 한국IBM 간부들이 금품로비와 입찰담합 등을 통해 정보통신부 등 9개 관공서에서 660억원 규모의 컴퓨터 납품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LG전자, SK C&C 등 15개사는 돈을 받고 입찰담합에 가담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 제한조치를 받게 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김태희 부장검사)는 4일 한국IBM 공공기관사업본부장 장경호(48) 상무와 국세청 전산기획계장 한모(49ㆍ5급)씨 등 12명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LG IBM 상무보 권모(46)씨 등 3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IBM과 LG IBM, 윈솔 등은 2001년부터 3년간 국세청, 정보통신부, 새마을금고연합회, 한전, KT, 대검, 육ㆍ해군, KBS에 총 662억원의 서버, PC, 노트북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관의 전산담당 직원 14명에게 편의제공과 입찰담합 묵인 대가로 2억6,500만원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IBM측은 LG전자, SK C&C, 사이어스, 씨에스테크놀로지, 청호컴넷, 씨마닷컴, 위즈정보기술 등 15개사에게 모두 15억7,000만원을 주고 입찰 들러리로 내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IBM 장 상무의 경우 국세청 등 5개 곳이 실시한 430억원의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해 윈솔이 낙찰 받도록 한 뒤 윈솔에서 3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대검 정보통신과 서기관 등 2명은 IBM측에서 휴가비 등으로 1,000만원 가량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으나 징계통보 조치만 받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장씨 등은 영업이익을 누락시키거나 허위 용역대금을 지급해 협력사를 통해 30억∼4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로비자금과 담합대가 등으로 19억여원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국IBM은 윈솔을 내세워 서버 시장에서 점유율 1위(39.4%)를, LG IBM(한국IBM과 LG전자 합작)은 PCㆍ노트북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뇌물을 받은 공공기관 직원들은 담합을 묵인하고 기종과 납품가격 등에서 업체 요구를 들어줬다”며 “담합에 가담한 15곳은 벌금형에 약식기소하고 공정위로부터 1개월∼2년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측은 “관련자 5명을 해고했으며, 회사는 비자금 조성이나 금품로비, 입찰담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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