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식 부동산정책 왜곡되는 시장] <4> 정부 방치에 표류하는 PF

곳곳 사업지연·좌초… 적극 중재자가 없다
시공사-재무적투자자 이견으로 공모형 사업 자금조달 쉽잖아
공모기관 PFV 지분참여 확대 시공사 지급보증부담 완화 시급




#1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는 용산 국제업무단지 조성사업은 올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토지대금 2차 중도금(4,027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하루 연체 이자가 무려 1억8,000만원씩 발생했다. 코레일이 토지매각 납부기한을 완화하면서 사업의 물꼬가 다시 트였지만 급한 불을 끈 미봉책에 불과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2판교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알파돔시티는 지난 11월 1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토지대금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내년 상반기로 PF를 미뤘다. 일단 브리지론을 일으켜 중도금을 내기로 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내년 PF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는 공모형 PF사업이 심각한 답보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시공사(CI) 간의 이견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규 사업은 무기 지연과 유찰을 반복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규모 복합개발을 '장밋빛' 선거 전략으로만 활용할 뿐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보이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공모형 PF사업 줄줄이 좌절=공모형 PF사업은 도시의 계획적인 개발을 위해 2001년 처음 도입됐다.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짜임새 있는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후 각 지자체 및 신도시에서 대규모 복합개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업 규모는 양적으로 크게 팽창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완료됐거나 추진 또는 공모하고 있는 공모형 PF사업 규모는 약 1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4대강 사업 예산(22조원)의 5배가 넘는 것. 앞으로도 공모형 PF사업은 국내에서 가장 주요한 도시개발 모델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들 공모형 PF사업이 신규는 물론 기존에 추진되던 것조차 휘청거리며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기존 사업은 시공사와 FI들의 이견으로 사업비를 못 구하고 신규 사업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에만 10여건의 사업 유찰과 무더기 지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일산 브로멕스 킨텍스 랜드마크 빌딩, 충북 차이나월드, 광교신도시 비즈니스파크 등 5건의 PF사업이 유찰됐다. 올해에도 천안 복합테마파크 상가, 부산 태종대권 개발사업 등이 줄줄이 유찰됐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형 PF사업의 위기는 지난해 촉발된 금융위기가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사업구도의 영향도 크다"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공의 역할이 없다=전문가들은 금융 부담을 시공사에 과도하게 떠넘기는 현재의 사업구조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공모형 PF사업이 가지는 공공적인 역할에 비춰볼 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김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PF가 대부분 시공사의 보증에만 의존해 진행되다 보니 시공사에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여러 사업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라며 "시공사의 지급보증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부동산 PF는 토지비 중 잔금을 시공사의 보증 아래 은행에서 PF대출 형식으로 충당한 후 선분양을 통한 분양대금으로 건축비 등의 사업비를 조달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책임을 떠맡은 시공사는 사실상 '갑'의 위치인 금융권이 조금만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도 사업 자체를 추진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공모형 PF의 발목을 사로잡는 주요 요인이다. 수용방식으로 저렴하게 조성된 공공택지의 일반 주택용지와 달리 공모형 PF사업의 토지는 경쟁입찰 방식에 따라 높은 가격으로 공급된다. 대부분 주상복합용도로 공급되기 때문에 건축비도 일반 아파트의 1.5배에 달한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PF팀장은 "공모형 PF사업은 단순한 주택 재개발이 아니라 해당 지구 내 상업ㆍ공공시설을 모두 공급하는 도시개발사업"이라며 "주택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공공사업 추진도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는 최근 PF사업 주체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대한 취득ㆍ등록세, 법인세 등의 세제감면 혜택마저 오는 2012년까지 폐지할 방침이어서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자칫 대부분의 공모형 PF사업이 사업 중반에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PFV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사라질 경우 용산 국제업무단지에서만 추가 세금부담이 8,000억원에 달한다"며 "자칫 국내외 투자자들이 줄줄이 이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야=전문가들은 일단 꺼져가는 PF사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발주처 등 공공사업의 참여폭을 늘려 신용을 보강하고 분양가상한제를 PF사업에서만큼은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F사업이 멈춰버리면 건설사와 금융사의 동반 부실은 물론 각 신도시의 상권 활성화, 지방 균형발전사업에도 줄줄이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통상 공모기관의 PFV 참여 지분이 20% 미만으로 획일화돼 있으나 이를 30% 한도 내에서 확대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민간택지ㆍ공공택지 구분 없이 공모형 PF사업에서는 배제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택지 내에 조성되지만 민간이 가격경쟁에 따라 택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예외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우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V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 역시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진행하고 있는 PF사업이 세금폭탄을 맞아 부실화될 경우 돈을 댄 금융 부문도 동반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PFV(Project Financing Vehicle)=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하는 명목 회사(페이퍼 컴퍼니)로 일명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라 부른다. ◇브리지론(Bridge loan)=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경우 단기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Loan). '임시방편 자금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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